의학한림원, 진료서비스 적정화 방안 'Choosing Wisely' 모색
의료비 급증 더 이상 감당 어려워…학회 중심 자정노력 주장 나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정남식) 주최로 28일 연세의대 강당에서 열린 '진료서비스의 적정화를 위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도입방안' 정책포럼에서는 과잉의료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인 스스로 부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안형식 교수(고려의대 예방의학)는 '한국의료의 적정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의료서비스의 적정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가 됐다"며 '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소개했다.
안 교수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미국의 주요학회들은 학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료의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약 210조)가 쓰이고 있다"며 "이것을 의료 공급자 스스로 자정을 통해 과잉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 공급 단가가 매우 낮다보니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고, 의료이용 횟수도 무시못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의료서비스의 적정성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 그리고 본태성고협압 등은 최근 발생률이 급증하면서 의료비 지출도 함께 증가해 의료의 적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학회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는 줄이는 자정노력이 필요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은 철저하게 학회 중심으로 운영돼 의료공급 과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야 하며, 공급 과잉을 줄이는데 학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는 전문가 단체가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허대석 교수(서울의대)는 "과잉진료를 정의하려면 적정진료를 합의해야 하는데, 현재 학회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진료지침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크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이견이 크게 존재하는데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근거중심 의료가 되고 의료서비스의 적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료기술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만들었고, 여기서 나온 각종 보고서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는 "국민들이 잘 인식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의학회나 의학란힘원 같은 권위있는 단체에서 적정한 의료서비스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남식 의학한림원 회장은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검사·치료등을 배제함으로써 의료자원의 낭비를 억제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캐나다·영국·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이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나라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의학한림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대안 제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