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회, "한의사 개설조항은 무자격자에 의료기관 운영 맡기는 꼴"
재활병원 종별 추가 골자 양승조 의원 발의 의료법 개정안 문제점 지적
대한재활의학회가 양승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양승조 의원은 지난 7월 22일 "현행법에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를 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으로만 구분하고 있어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포함되거나 일반병원으로 분류돼 재활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에도 독자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일부 재활전문병원과 권역별 재활병원이 전문적인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늘어가는 재활치료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수적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이고, 재활병원은 일반병원이나 요양병원과 구분되는 재활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인력·시설 등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이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현재 요양병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상 의료재활시설인 의료기관을 재활병원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재활병원을 관리하는 한편, 환자들이 양질의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때인 7월 22일에는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2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찬반 공방이 진행됐고, 이 내용을 접한 대한재활의학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재활의학회는 "양승조 의원 의료법 개정안의 원안에서 제시돼 있는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사항은, 2017년 12월 30일부터 시행 예정인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건강권법) 제18조 1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재활의료기관에 대한 기준 부분과 발맞춰 진행되는 부분으로 적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활의료에 대한 독자적 법적 근거를 마련해 체계적으로 재활병원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재활의료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환자들이 안정적이고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받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애인 건강권법 18조 1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재활의료기관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병원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의료법상 한의원 또는 한방병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한방의료기관은 재활의료기관의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재활의학회는 "한방의 경우 독자적인 한방 재활의학 체계를 정립하고 있지 못한 실정인데다, 한방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도 온냉경락요법 등 현대의학의 재활의학과는 거리가 먼 시술만을 나열하고 있는 상황이며, 독자적인 체계와 정보축적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의학의 재활의학 분야를 모방하려는 태도만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건강보험 내에서는 건강보험 요양급여에서 물리치료 항목은 난이도 및 전문성 등에 따라 '기본물리치료료'·'단순재활치료료'·'전문재활치료료'로 구분해 그 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난이도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문재활치료료는 재활의학과전문의가 상주하고, 물리치료사 또는 해당분야 전문치료사가 실시하고 진료기록부에 기록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문재활치료료 산정에 대해 전문성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는 행정해석 등으로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장기 부재 시에도 수가 산정 불가하도록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헌번재판소에서는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고 지도하는 것은 한방영역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결정해 한의사들은 물리치료사 고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전문재활치료를 제공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재활의학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를 재활병원의 개설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무자격자에게 의료기관의 운영을 맡기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한방재활을 빙자한 불법 현대의료기 사용을 만연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는 현행 의료법에서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불법 의료행위를 방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학문적 원리, 교육과정, 임상적 경험 등을 충분히 쌓은 의사에게도 환자의 진단과 판독, 치료의 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세밀함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 의뢰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의사가 재활병원의 개설주체로 인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