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관리는 어떤 기관이? '독립성' 관건

연명의료 관리는 어떤 기관이? '독립성' 관건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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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문·신속·독립·지속성 확보 '공감'
사전의향서 관리 외 기관의 역할 범위 쟁점될 듯

 ⓒ의협신문 김선경
2018년 2월 시행 예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핵심기관으로 일컬어지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역할의 범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리, 등록기관 관리 등 큰 역할이 부여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관의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확보를 역설했다.

그는 "기관이 연명의료 관련 업무에 대해 감독 및 정책개발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월한 관련 지식을 토대로 자문하고, 현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전문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관련 통계자료 산출 및 분석해 의료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나아가 관련 교육정책 개발 및 시행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또한 "사전의향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구축된 자료 검색과 회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환자 대부분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임종이 임박해서 하는 특성상, 그리고 환자 보호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속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법 시행 전까지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수준의 사전의향서 등록기관과 연계, 독립적 지위 보장, 이해상충 관리에 있어서 중립성이 확보돼야 하며, 의학 발전과 사회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관련 지침 등을 개선해 지속성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관을 담당할 관계자들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창의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각 조직의 기능 분담 등을 잘 준비해야 한다"면서 "의료현장의 신뢰를 획득하고, 사회 구성원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의료계 제외한 제3기관이 운영해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고 교수의 발제 내용에 동의하면서, 정부 주도와 의료기관 내 연명의료관리기관을 설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안 대표는 "연명의료관리기관은 임종기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일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기관으로 그만큼 의료계 외부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연명의료관리기관에는 반드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병원 내에 설치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이 의료계와 독립적으로 구성·운영되고 있어서 시민사회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명의료관리기관 역시 정부와 의료계와 별도로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연명의료관리기관을 절대로 의료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이 자칫 인간의 생명을 인간의 뜻에 따라 중지하는 것을 합법화해주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연간 3만여 명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관리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독립된 기관을 설립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도 했다.

김소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후보군을 구체화해 제안했다. 김 사무총장은 후보군을 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의료원,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등으로 상정했다.

김 사무총장은 질병관리본부는 전문가를 정규인력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전문성과 신속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을대병원 역시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조직 전체의 관심 분야와 동떨어지며, 의료인 중심 치중 가능성과 모 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지적하며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유지를 우려했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의료인 중심으로 치중될 가능성, 즉 중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반면,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확보 등 모든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의료현장서 법 이행 어려움 적지 않다"
한편, 발제자인 고윤석 교수는 법 시행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하위법령에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 하위법령에 담겨야 할 내용이 법에 명시돼 법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법에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생 가능성이 작고', '치료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도 의료계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종기 진입 유형만 하더라도, 급성질환, 만성질환, 만성중증질환, 체외순환막형산소요법 적용 환자 등 다양하고, 임종기가 일어나는 의료기관 역시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다양한데 이런 특성을 하위법령에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에 환자의 자율적 결정을 우선하면서 의사 의견을 참조하게 돼 있는데, 담당 의사의 의견이나 판단은 의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의향서 관리·DB 구축 외 논의...이제 시작 단계"

▲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이런 지적과 우려에 대해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법에 명시된 내용은 연명의료관리기관이 사전의향서를 관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이 전부이며 그 외에 내용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 하위법령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과장은 "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거나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고 해야 할 일도 많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것은 사전의향서 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법 이름만 놓고 보면 연명의료 전체에 대해 관리하는 역할같이 생각할 수 있지만, 연명의료기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는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오늘 시작된 논의에서 나온 의견 등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하위법령을 마련해 내년 초 입법 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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