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 환자 뇌신경망 지도 최초 규명
만성 말초신경질환의 발병 연구 및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적용 기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뇌신경 네트워크의 미세구조적 연결성 변화를 영상으로 분석해 뇌신경계 질환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향운 이화의대 교수(신경과)와 최병옥 성균관의대 교수(신경과) 공동연구팀이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말초신경병 및 근육마비가 진행되는 샤르코마리투스병(CMT) 환자들의 유전자형별 뇌미세 구조 변화를 나타낸 신경망 지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은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말초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파괴되어 팔다리 기형, 근육 위축, 감각 소실 및 보행 장애가 발생하고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걷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젓가락질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이다. 인구 2500명당 1명에서 발생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잘 알려진 말초신경질환이지만 일부 환자의 뇌MRI 영상에서 부분적인 병변이 보고돼 뇌신경계의 이상을 동반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돼 왔다.
연구팀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일부 유전자 변이형에서 대뇌와 소뇌, 특히 운동신경회로가 통과하는 백질부(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에서 유수신경섬유가 모여 있어 육안으로 관찰할 시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주로 뉴런의 유수신경돌기로 이루어져 있음)의 이상이 확실히 동반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 57명과 정상군 30명을 대상으로 확산텐서영상(중추신경계에서 유수신경섬유가 모여있어 육안으로 관찰할 때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주로 뉴런의 유수신경돌기로 이루어져 있음)을 시행하고, 환자군을 유전자 변이의 종류 및 신경 손상의 종류에 따라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 1E형, 2A형, 2F형, X1형 및 중간형으로 각각 나누어 정상인들과의 차이를 대뇌와 소뇌에서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을 제외한 모든 유전자 변이형에서 대뇌 및 소뇌의 백질변성 소견을 보였으며, 이는 각 유전자 변이형 환자들의 임상적 장애의 심한 정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고, 이들 유전자 변이형에서 중추신경계 운동회로의 이상과 환자들의 장애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알아냈다.
이향운·최병옥 교수는 "이 연구 성과는 뇌질환이 아닌 말초신경질환에서의 뇌기능 이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혔다"고 말했다.
또 "뇌연결성의 미세구조분석 연구기법은 샤르코마리투스병 이외에도 다양한 유전성 및 후천성 말초신경계 질환에서의 뇌신경네트워크의 변화를 직접 규명함으로써 만성 말초신경질환의 발병 메커니즘 연구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적용될 수 있으며,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향운·최병욱 교수는 "다양한 만성뇌질환과 퇴행성뇌신경질환에서 뇌신경네트워크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규명하는데 최신 뇌매핑기법을 적용해 기초 및 임상연구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원천 기술 개발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및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신경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뉴롤로지(Annals of Neurology)> 11월 1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