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마 케어 폐기·한미 FTA 재협상·약가 인하 등 우려 높아
바이오시밀러 수출 '파란불' 예상...전문가 '예단' 경계
오바마케어 폐지, 한·미 FTA, 약가 인하 등으로 대변되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건의료 공약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 기대보다 우려가 큰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정착 당선이 확정된 이후 트럼프 당선자의 관련 발언 내용이 일부 바뀌는 등 향후 미국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은 여전해, 비관적 또는 낙관적 예단은 이르다고 경계했다.
2일 국회에서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로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바이오·제약분야 정책 및 입법 대응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발언한 내용과 공약 그리고 당선 후 발언 내용을 토대로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우선 ▲오바마 케어 폐지 ▲의약품 가격 자유경쟁 ▲해외 의약품 수입 제한 완화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 재형상 또는 폐기 등으로 트럼프 당선자의 보건의료 정책 기조의 특징을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의료보험 의무 가입자 증가, 보험에 대한 의료비 분담 보조금 지급률 증가 등으로 처방약 사용이 증가했는데, 트럼프가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경우 미국 내 의약품 수요 증가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병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국 의약품 수출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바이오·제약계에 미칠 영향을 크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과 무관하게 약가 인한 압박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낙선한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약가 인하 발언으로 미국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약가 협상권 강화가 예측됐으며,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항체바이오 의약품의 특허만료로 바이오시밀러의 도래는 필연적이며, 트럼프가 저가 의약품 수입을 지지하고 있어 고가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하는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에서는 제네릭 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제네릭 경쟁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 분야에 있어, 국내 기업들이 세계 선도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은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된 적이 없고 입장도 조금씩 바뀌어 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어떤 내용으로 추진될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며, 바이오시밀러 관련 정책 등 국내 제약산업에 긍정적인 요인 역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계했다.
이에 대해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전 FTA 허가-특허 연계는 제네릭 생산·판매의 비중이 높은 제약 분야 약소국인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업계의 부정적 요소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기존 변경은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강조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며, 의약품 관세율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면서도 "오바마 케어는 약가 인하에 대한 주된 내용을 담고 있어, 이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략은 바이오·제약 산업의 약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도 기존 3.0%에서 2.4%로 낮추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바이오·제약 산업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이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순욱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예측된 변화에서 국제 경쟁력 가져야 변화에 적응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산업으로 바이오·제약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고, 미국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1년 관련 특별법 제정을 토대로 바이오·제약 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 지원하고 있지만 ▲기술거래 활성화 ▲세제 지원 ▲기업 육성 ▲인력 양성 ▲약가 우대 등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이사는 혁신적 신약 및 의약품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 대표이사는 "민국은 자국 내 다국적 제약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에서 혁신적인 의약품 등에 대해서 가격의 보상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다만,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 혁신적 신약 보상에 대한 약가의 보상에 노력하고 이를 제도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접점은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나, 미국의 의료비 부담에는 같은 인식하에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과 같은 저렴한 의약품 수출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특히 신약도 우리가 직접 수출하는 것이 아닌 현재 다국적 제약기업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진출하는 만큼, 비관보다는 낙관이 우세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한편,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예측에 동의하면서, 보건의료 분야와 바이오·제약 산업 분야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전제로 입법조사처 차원에서 지원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