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예고 없이 진행되는 현지조사는 조사원들의 고압적 태도, 강압적 조사방식으로 의료계 지탄을 받아왔다. 무수한 개선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던 현지조사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후에야 시작됐다. 지난 5월 현지조사 후 두 달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산 J원장 사건이다.
J원장은 현지조사가 끝난 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하게 우울해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과정에서 강압적 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조사대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괴로워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J원장 사건이 알려지며 의료계는 들끓었다. "잘잘못을 떠나 현지조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사전통보 없이 진행되는 현지조사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한 의사들은 광화문에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만나 강압적 현지조사 개선을 강력히 요청했다. 10월 심평원·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강석진·김상훈 의원은 "현지조사로 인한 의료인 자살과 부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센 여론에 보건복지부는 드디어 지침 개선에 착수했다. 내년부터는 증거조작이나 인멸, 도주염려가 적은 일부 요양기관에는 사전통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율시정 통보제'가 도입돼 부당청구가 의심기관에는 6개월간 경고조치와 모니터링 조치가 취해지며 자료제출도 간소화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씁쓸함은 감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