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개방형·다발성 골절·파열...감염 악화 사망
3억원 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고법 '항소 기각' 판결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A씨의 가족이 3개 병원 의료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3억 4105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나40133)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에게 닥친 불행은 2007년 12월 18일 오후 8시 55분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하면서 시작됐다.
지역사회 인근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하자 B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12월 19일 새벽 1시 55분 B대학병원 내원 당시 A씨의 활력징후는 혈압 100/60mmHg, 체온 37.5℃, 맥박수 120회/분, 호흡수 22회/분이었으며, 의식상태는 명료했다.
B대학병원 외과·구강악안면외과·안과·정형외과 의료진은 복부 CT검사·안면골CT검사·이학적 검사 등을 실시, 비장파열·다발성 하지 골절·우측 상악골 및 안와골 골절·우측 대퇴골간부 개방성 골절·좌측 원위부 골절·우측 비골 근위부 골절·우측 상완부 간부 골절·우측 요골 원위부 골절·말초신경 손상 의증 등으로 진단했다.
우선 수액·수혈을 비롯해 양측 하지 및 우측 팔 부목 고정술을 시행한 B대학병원 의료진은 다른 응급환자의 수술을 감당하느라 곧바로 수술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수술 등의 정보를 관리한 1339응급의료정보센터에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달라고 의뢰했다. 서울에 있는 C병원에서 응급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병원 사정상 응급수술이 지연될 수 있음을 A씨에게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오후 2시 4분경 C병원으로 전원했다.
1339응급의료정보센터의 연락을 받은 C병원 의료진은 12월 19일 오후 5시 53분경 A씨가 도착하자 B대학병원이 제공한 진료정보와 수술 전 검사를 바탕으로 2시간 만에 양측 대퇴골 개방성 분쇄골절·양측 경골 골절에 대한 응급세척술과 변연절제술·외고정기를 이용한 고정술을 진행했다. 좌측 총비골신경 결손은 일차 봉합이 불가능해 이차적 수술을 예정하고 변연절제술 및 국소피판술을 시행했다.
개방형·다부위 골절에다 농양까지 발생한 A씨에 대한 수술은 이후에도 다섯 차례 계속됐다.
12월 26일 실시한 농양배양검사 결과, Citrobacter freundii complex, Enterobacter aerogenes가 확인됐다.
A씨는 2008년 1월 16일 C병원에서 퇴원, 가까운 병원에 입원했다가 1월 19일 D병원에 내원했다.
D병원 의료진은 1월 21일 좌측 대퇴골 골수염·우측 대퇴골 변형에 대해 감염 및 괴사 조직을 제거하고, 항생제 반코마이신이 함유된 골시멘트로 공간을 메웠으며, 우측 대퇴부 외고정 핀을 모두 제거한 후 변형 교정과 함께 외고정장치로 고정했다.
D병원 의료진은 세균배양검사를 계속하며 11월 4일까지 치료를 계속 진행했다. 세균배양검사 결과,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확인됐다.
D병원 의료진은 10월 1일에 이어 11월 10일 A씨에게 패혈증 전신치료를 위해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다. 11월 14일에도 의료진과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상급병원 전원을 재차 권유했으나 A씨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A씨는 11월 19일 D병원을 퇴원, E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전원 당시 양측 대퇴부 통증과 좌측 대퇴부 후외측과 우측 대퇴부 후면부에 개방창·배농을 비롯해 우측 발뒤꿈치·우측 하퇴부 욕창, 양측 첨내 반족 소견과 슬관절 0-30도 운동제한이 확인됐다.
E대학병원 의료진은 2011년 12월 20일까지 수술과 감염치료를 계속했다.
2011년 시행한 신체감정결과, 양측 비골신경 손상으로 인한 양측 족관절 및 족지의 배측굴곡 마비, 양측 족관절 및 슬관절 운동범위 제한, 양측 복재신경 손상으로 인한 족부 감각저하 및 통증 등으로 보조기와 보행보조기구 없이는 독립적인 보행 및 기립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11년 3월 치료와 수술에 관여한 B대학병원, C병원장 및 C병원 의료진, D병원장 및 D병원 의료진 등 5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2011가합4460 2013년 5월 21일 선고)에서도 의료진이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A씨는 항소심을 진행하던 와중인 2015년 5월 23일 사망, 가족이 소송을 승계했다.
A씨는 B대학병원 의료진이 정당한 이유없이 치료를 거부할 수 없음에도 12시간 동안 치료를 거부한 잘못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대학병원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진단한 점, 다발성 골절상은 수술이 필요하나 안와골 골절·비장파열은 향후 경과관찰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힌 점, 활력징후도 비교적 안정적인 점 등을 들어 "다른 환자에 비해 우선해 수술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측은 규모가 큰 B대학병원에서 규모가 작은 C병원으로 전원결정을 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전원결정의 적합성에 의문이 드는 사정이 존재하지만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장애 내지 사망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고정장치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B대학병원 의료진이 부목으로 고정하고, 응급구조사가 동승한 구급차를 이용해 이송한 사실을 들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응급환자기록지상 이송관련 설명, 이송의뢰서 작성, 환자 질병상태 정보 제공에 모두 '예'라고 기재돼 있고, "이송동의서에 이송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이송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사망·사고 등 신체적 변화에 대해 담당의사로부터 충분한 사전 설명을을 듣고 이해하며, 환자의 치료와 예후를 고려해 환자의 이송에 동의한다"고 기재된 부분에 원고의 기명날인이 있는 사실을 들어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A씨는 C병원에서 수술을 감행한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내원 당시 다발성 골절 및 개방성 창상을 동반하고 있었고, 이미 창상 부위가 오염돼 있어 응급수술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술 당시 C병원은 내과·소아청소년과·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성형외과·피부과 진료과목과 의사 6명, 간호사 11명을 두고 있었다"며 "비의료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추측하기 어렵고, 수술을 무리하게 감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염 방지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망인은 창상 부위에 풀·흙 등의 이물질이 나올 정도로 이미 오염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속적인 창상치료와 항생제 처치에도 농양이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무균처치를 하고 세척술 및 변연절제술을 철저히 시행하더라도 개방성 골절에서의 감염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C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골절 및 창상 감염 부위에 대한 시행한 처치는 적절하다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와 'Citrobacter freundii complex'는 토양·물·음식 등에 흔한 균이어서 추락사고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들어 감염예방 및 처치를 소홀히 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롭게 신경 손상을 발생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망인의 신경 손상은 추락사고로 인한 외상의 가능성이 높고, 추락사고 11개월이 경과한 시점까지 신경 결손 부위에 심한 감염이 있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 재판부는 C병원은 신경재건술을 위한 협진이 가능했으며, 신경 결손 부위에 심한 감염이 있는 상태에서 추후 신경재건술을 시행하기로 예정한 점을 들어 원고 측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의사지시서상에 보호자에게 자세히 설명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점, 수술에 앞서 원고측에게 수술방법·후유증·부작용에 관해 설명한 점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D병원장 및 의료진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D병원 의료진의 경우 협진이 가능한 상급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함에도 입원을 결정하고, 협진 소홀·치료 및 전원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는 A씨 주장에 대해 창상 부위에 농양이 나와 지속적인 농양제거술 등이 필요한 골수염 상태였던 점, 감염 조직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변연절제술·소파술·세척술·항생제 투여 등의 처치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점, 상급병원 전원을 권유했으나 원고의 거부로 전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거나 전원이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 가족의 상고 포기에 따라 항소심 판결은 2016년 12월 15일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