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회, 의료기사법 개정안 "수용 불가"
'시력 관리' 의료행위까지 확대 가능성 우려
안경사의 업무 범위를 안경 조제·판매에서 '시력 관리'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돼 안과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안경사의 업무 범위를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조제·판매 △도수 조정을 위한 시력검사와 그 밖에 시력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업무로 정의했다.
현행법은 '안경의 조제 및 판매와 콘택트렌즈의 판매'로 안경사 업무를 한정하고 있다.
안경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지난 19대 국회 때도 있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발의한 안경사법 제정안은 타각적 굴절검사 등 의료행위를 안경사의 업무범위에 포함시켜 논란이 됐었다.
안경사법 제정안은 당시 안과의사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는데,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내용 면에서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안과계의 우려다.
이재범 대한안과의사회장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안경사 단독법안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법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시력 보호 및 관리'를 안경사의 업무 범위로 설정한 부분이 가장 문제 있다며 "법안에 따르면 안경사는 안과 관련 질환을 진단·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혈당·혈압을 '관리'한다는 의미는 혈당과 혈압을 측정하고 적절한 약 처방으로 치료한다는 의미인데, 마찬가지로 '시력 보호 및 관리' 역시 시력 측정 결과에 따라 백내장 등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의료행위 개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안경사의 업무 범위가 너무도 포괄적이어서 의사 진료행위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택트렌즈의 판매뿐만 아니라 조제 또한 안경사가 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콘택트렌즈는 이미 도수가 정해져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판매만 하면 된다. 콘택트렌즈를 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렌즈 도수를 안경사가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협, 안과학회 등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논의 중이다. 국회 관계자들에게도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