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에 조속 개선 촉구..."환자·의료기관 모두 피해"
환자 "본인부담률 높다" 하소연...복지부 "급여기준 등 개선"
환자는 암 환자의 2배인 본인부담률에 대한 부담으로 원하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급여환자가 투석한 날에 받은 다른 진료비까지 묶어 정한 정액수가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0일 국회에서 '만성콩팥병 관리체계 구축 및 환자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남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의료계가 투석 정액수가제가 시행된 지난 2001년 이후 16년간 한결같이 정액수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액수가제를 상대가치점수 부여에 따른 행위별 수가제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이사는 우선 "의료급여환자의 경우 14만 6120원이라는 정액수가로 같은 날 받는 치료비 모두가 묶여 있다. 투석을 받은 날 내시경을 해도 CT를 찍어도 정액수가만 받아야 한다. 심지어 글리벡 같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정액수가만 받게 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의료계가 투석 정액수가 개선을 위해 노력한 지난했던 발자취를 회고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투석 정액수가제가 시행된 지난 2001년 이후 신장학회와 한국신장장애인협회 등은 보건복지부와 국회를 통해 관련 고시를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나아가 행정소송까지 진행했지만, 딱 한 번 소액의 수가 인상만 있었을 뿐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의료계가 투석 정액수가에서 수기료, 기본진료비, 투석액 비용 등만 정액수가에 포함하고, 이외의 비용은 정액수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16년간 제도 개선 요구를 했다. 환자단체는 정액수가 때문에 고가약 처방을 받지 못하고, 환자별 개인차에 따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탄식했다.
이어 "정부는 이런 요구가 있을 때마다 관련 연구용역만 진행했을 뿐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제도 시행 당시 13만 6000원이었던 정액수가를 14만 6120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을 뿐, 막무가내로 정액수가제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11년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있었고, 논의 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정액수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의료급여환자가 투석을 받고 다른 진료를 받도 수가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오히려 정액수가 때문에 환자가 투석한 날 다른 질환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날 다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재진료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강조하면서,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만성콩팥병 환자인 윤병국 씨(남, 75세)는 투석환자의 본인부담률 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윤 씨는 "암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전체 진료비에 5%인데 만성콩팥병 환자는 10%다"라면서 "만성콩팥병은 말기로 갈수록 치료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하루에도 네 번씩이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 등 진료비 부담이 극심한데, 본인부담률이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나 같은 경우는 뇌경색을 앓은 적이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당뇨, 고혈압 등 합병증을 많이 앓고 있어서 치료비 부담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정액수가 개선 요구에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도 공감했다. 정 과장은 "의료급여환자 급여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오늘 나온 제안들을 잘 참고하겠다"면서 "의료계 입장에서는 개선 속도가 느려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쟁점화하면 개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성과 중심 지불제도 지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질평가 지원금이다. 만성콩팥병 치료 분야에서도 정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불제도 구축 방향을 고려해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 향후 적정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자들의 본인부담률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85%여서 비급여 진료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산정특례도 다른 질환에 비해 비교적 일찍부터 적용했다"면서도 "환자 본인부담 수준은 높지 않은데 전체 진료비가 높다보니 본인부담 부담이 비교적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체적인 건보 보장률을 높인 후 개별 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보험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다 보니 개별 질환별로는 보장성 확대가 좀 늦어지는 느낌이 있다"면서 "투석의 경우는 건보재정이 아니라 직접 예산으로 지원하다 보니 지원액이 증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