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등재기간 601일...OECD 평균 245보다 2.5배
시판허가와 급여신청 동시실시로 등재기간 축소 주장
고가 항암신약의 환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식약처 시판허가와 건보 급여등재 절차가 동시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허가 및 등재절차의 동시실시는 불가능하나, 등재까지의 절차는 최대한 빠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8일 '신약 항암제 환자 접근성 보장'을 주제로 환자포럼을 열었다. 이날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항암제라면 빠른 급여와 자금지원으로 환자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고가의 항암신약의 경우 일부 환자는 복용조차 어려우며, 급여절차에 들어가도 기간이 길어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기도 한다"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잴코리는 등재까지 1218일이 걸렸다. 제약업계는 평균 건보등재 기간을 601일로 본다. OECD 평균인 245일보다 2.5배 길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생명과 직결됐다면 제약사가 식약처 및 심평원에 시판허가와 급여결정 신청을 동시에 하고 동시에 심사,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해당 환자들은 급여 약가로 치료받게 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약가협상을 완료하면 차액을 정산하자"며 "임시약값은 해당 항암제가 3개국 이상 등재시 최저가로, 3개국 미만 등재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임시로 결정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생명과 직결된 항암신약은 시판 후 급여시까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 혹은 약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시행할 것"도 제안했다.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 Expanded Access Program)이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 불치병이나 말기암 환자에게 시약처가 시판허가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주는 제도다. 과거 스프라이셀이나 푸제온 등의 급여과정에서 시행된 바 있다.
이 외에도 "환자 접근권 보장을 위한 별도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한편,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행정력을 강화해 약가급여를 신속히 진행해줄 것"을 제안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약제는 급여되기 전 식약처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안전성·유효성 확인이 끝나야만 검토 가능하다"라며 "발제 제안처럼 허가와 등재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등재까지의 연계를 가능한 빠르게 하는 작업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별도 기금 조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밝혀 "기금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 그리고 어떤 약제를 대상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이에 대해 연구해볼 것"이라 밝혔다.
권혜영 교수(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는 긴 등재절차가 반드시 환자 접근성을 제약하는 건 아니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환자 욕구가 항상 니즈인 것은 아니다. 둘을 구분해내는 게 국가의 일"이라며 "허가와 검토가 긴 것이 왜 환자 접근성을 제약한다고만 생각하나. 안전하고 효과 좋은 약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가 규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는 여러 문제가 엉켜 있다. 접근성 제약과 안전성·유효성 검토는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실비아 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경제적 장벽으로 인한 접근의 불평등은 해소돼야 한다"며 "결국 생명과 직결된 약은 항암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질환의 혁신적 치료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많은 항암제는 최종적인 치료 결과가 아닌 중간값만을 갖고 허가된다. 탁월하다고 해서 생명연장 효과를 모든 약에서 100%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추가 재정을 마련한다 해도 모든 허가된 항암제를 전부 지원하기는 어렵다. 결국 또 다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강아라 약사(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안전성·유효성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3상임상을 진행하는 신약의 50%가 허가를 포기한다. 신약 허가가 빠른 미국에서도 시판된 약의 50% 이상이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탈락한다"라며 "한국은 신약 도입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2개국 이하에 등재돼 들어오는 신약이 50%가 넘는다"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급여등재를 진행한다 해도 임시약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이후 제약사가 약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면 그 이후의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움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