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입원환자 심부정맥혈전증 의심했어야

오랜 입원환자 심부정맥혈전증 의심했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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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수술 환자 입원 20일째부터 발열 계속
인천지법 "활력징후 평가 못해" 1억 4031만 원 배상 판결

 

▲ 수술 후 누워 지내야 하는 입원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 1억 4031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입원환자의 활력징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의심하지 못하고, 이를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대학병원에 배상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은 A씨의 부모가 B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2억 45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합57306)에서 망인의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 1억 4031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3월 29일 오후 4시 55분경 신호를 위반한 채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차량과 충돌, 좌측 경골·비골 분절 및 분쇄 골절을 입고 B대학병원에 입원했다.

3월 30일 오전 10시 30분경 B대학병원에서 관헐적 정복술 및 내외고정술을 받고 같은 날 오후 1시 35분경 입원실로 복귀했다.

A씨는 입원 20일째인 4월 19일 낮 12시 14분경 두통을 호소했으며, 체온이 37.8℃로 확인됐다.

4월 20일 오전 6시 병원 의료진은 해열·진통·소염제인 트리돌 1앰플을 근육주사하고 흉부 X-선 촬영을 실시했다.

4월 22일 호흡기내과에 협진을 의뢰, 흉부 X-선 촬영과 혈액검사를 실시했으나 발열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병원 의료진은 이렇다할 발열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주사제 처방 등을 계속했다.

4월 29일 오전 7시 58경 산소포화도가 73%로 낮아지자 산소를 최대로 투여했다. 오전 8시 15경 망인은 중환자 실로 옮긴 A씨는 빈호흡이 심했으며, 맥박은 분 당 140회, 산소포화도는 84%였다.

오전 8시 40분경 망인의 의식이 없어지면서 심정지가 발생하자  심폐소생술 진행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오전 10시 50분경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망인의 사인은 폐동맥혈전색전증(폐색전증)으로 판단됐다.

A씨의 부모는 병원 의료진이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진단하지 못하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병원 의료진은 사망 직전까지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의심할 만한 정도의 증상이 발견되지 않다가 경과관찰 중 돌연 사망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에게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특별히 심부정맥혈전증 등이 발생하기 쉬운 위험인자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20대 남성에게 반드시 항응고제를 사용한 예방요법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경우 수술 부위에 외고정장치를 부착하고 있었으므로 심부정맥혈전증 등의 예방을 위한 압박스타킹이나 공기압박기구 등을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활력징후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의심하지 못하고, 이를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로 인해 사망하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은 그 발생빈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환자가 수술 후 오랜 기간 침상에 누워 있어 움직임이 제한될 때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진료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4월 26∼28일 혈액검사 외에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심전도 검사·흉부 X-선 촬영 검사·CT 촬영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표했다.

"폐색전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30%에 이르나, 적절한 항응고 치료를 시행하면 사망률이 2∼8%로 감소한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부정맥혈전증 또는 폐색전증은 발생가능성이 비교적 낮고, 그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은 반면, 발병 시 사망률이 높은 점, 병원 의료진은 발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 검사·소변 검사 등을 시행하고, 호흡기내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등 나름의 판단으로 조치를 취하였던 점, 망인의 체질적 소인이 폐색전증 등의 발생 및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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