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③]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이 2020년까지 대웅제약을 글로벌 랭킹 50위 제약사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2016년 매출의 약 3배인 3조원의 매출이면 글로벌 매출 순위 50위권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과 내수에서 절반인 1조5000억원씩을 올려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승부처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허가여부와 점유율로 볼 수 있다.
나보타 미국 허가가 계획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 FDA에 올 3월까지 모든 자료제출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10개월여의 자료검토 기간을 거쳐 2018년초 시판허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 나보타를 수출해 한 해 대략 3000억원과 5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툴리눔 톡신의 미국과 유럽 시장 규모는 2조원. 이 부회장은 오리지널 보톡스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새로운 기전의 신약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위탁판매 품목 계약연장을 하지 않아 매출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016년 매출액 추산치를 보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종욱 부회장은 지난 2016년을 "고생했지만 선방한 한 해"로 기억했다. 대웅제약의 올해 경영 방향과 글로벌 진출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일문일답>
2016년 성과가 나왔나?
고생이 많았지만 선방했다. 대략 80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내줬던 원외처방액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본다. 사실 국내 매출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하려 한다. 국내 매출순위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눈여겨 봐야할 대웅제약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최근 PPI만큼 약효는 강력하지만 위산분비를 신속히 억제할 수 있는 역류성식도염(GERD) 치료 후보 물질을 도출했다. 기존 약보다 우수한 위산분비 억제효과와 항궤양 효과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2상 임상을 하려 한다.
개발 중인 비마약성 이온채널 차단 진통제도 기대가 크다. 이온채널 차단 진통제는 기존 신경병증성통증 치료제보다 진통효능이 강하고 마약성 진통제보다는 중추신경계 부작용이나 약물의존성이 적다. 아직 출시된 이온채널 차단 진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대웅제약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발 중인 중증 자가 면역계 신약도 2017년 전임상 시험에 들어간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이지에프(EGF)와 에포시스(EPO)·케어트로핀(hGH)·노보시스(BMP-2)·나보타 등 5개 제품을 대상으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전략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인수한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신약 'HL036'도 임상 1상 결과가 좋아 기대하고 있다. 항TNF 항체를 안약 형태로 투여할 수 있게 개량한 바이오베터 의약품이다. 2018년 상반기 중 미국 FDA로부터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2020년 국내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보타가 4년 반만에 임상시험을 마쳤지만 예상보다 미국 허가준비가 길어지고 있다.
미국 FDA에 올 3월 자료제출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미국 성형외과의사 커뮤니티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한해 2조 정도다. 유럽과 미국에서 허가받으면 매년 3000억원과 5000억원의 수익이 생길 것으로 본다. 나보타가 진출할 시장은 제네릭 시장이다. 시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신약보다 제네릭의 경우 시장 규모 등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지난해 위탁대형 판매품목인 자누비아 계약이 해지되면서 매출공백이 우려됐지만 제미글로를 새로 계약해 공백을 잘메웠다는 평이다. 추가로 도입할 대형 위탁품목이 있나?
제미글로를 맡아 250억원 하던 한 해 매출을 550억원으로 1년만에 두 배 넘게 키웠다. 고생했다. 위탁판매 품목은 도입만으로 매출증대 효과가 크지만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조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위탁판매 품목보다는 자체 개발한 약을 키워보려 한다. 타깃은 알비스나 올로스타 등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대웅제약이 항암제 파트가 좀 약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데 필요하다면 항암제 판매력을 강화하는 쪽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전문의약품 판매 계획이 어떤가?
2020년까지 전문의약품 매출액만 2조원에 달할 수 있도록 올해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제미글로를 비롯해 크레스토와 릭시아나, 크레젯은 물론 올메텍과 세비카, 올로스타 등을 라인업으로 잡고 밀고 나갈 계획이다. 제미글로는 2016년 위탁판매 계약 첫 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7년 매출 800억원, 2018년 국내 신약 최초로 1000억원 달성이라는 큰 목표를 그리고 있다.
올메텍과 세비카, 세비카HCT 등도 2017년 매출 목표를 각각 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학술 근거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2제 요법을 사용하는 고혈압 환자 중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를 타깃으로 용량 증대나 다른 약제를 추가하는 방법보다 세비카HCT를 처방하도록 세비카HCT의 장점을 알릴 계획이다. 세비카HCT는 '암로디핀'과 '올메사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의 성분을 하나로 결합한 제제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3제 복합제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기대가 크다.
올메사르탄과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올로스타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약이다. 2017년 매출 2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알비스는 '라니티딘'과 '비스무스', '수크랄페이트' 복합성분으로 소화기용제 중 유일하게 위산분비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고 점막보호 효과를 보이는 제품이다. 2017년 매출 8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다.
최근 몇년동안 대웅제약의 조직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제약사처럼 60년대생 임원들의 교체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된 것이다. 대웅제약은 직원 학습에 관심이 많다. 돈도 안 아낀다. 어떤 때 직원 일과를 보면 주 5일 중 이틀이 학습만으로 채워진 경우도 있다. 성취욕이 있는 직원은 이런 대웅제약의 시스템이 올라타면 된다. 다만 쉽게 가려고 생각하는 직원이 있다면 대웅제약에서 고생한다. 차별화된 평가와 차등보상 등 합리적인 제도로 의욕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독려할 것이다.
직원의 행복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내부 소통을 활성화하고 자율을 보장해 직원 행복도를 높이려 한다. 제도나 정책이 바뀔 때마다 직원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 제도 개선에 반영한다. 직원 스스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 시스템 경영은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에 상관없이 시스템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경영구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