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시행 3개월를 앞두고 정신의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를 보호하려 입원요건을 강화한 것이 오히려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인권보호법'이 아니라 '인권탄압법'이 될 것이란 극한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국회는 '비자의 입원시 2주내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이 일치할 때' 입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등 두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비자발적 입원이 가능하도록 입원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2014년 정신보건법 강제입원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간단히 해결될 일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시급하게는 입원 지속 여부를 판단할 전문인력의 절대적 부족이다.
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2주 후 환자의 입원진단이 가능한 국공립병원 전문의는 14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비자발적 입원은 연간 17만건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일부가 동의 혹은 자의입원으로 전환한다 해도 연간 최소 10만건의 비자발적 입원이 예상된다니 140명으로 입원 진단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에 입원심사를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에 따라 법 시행후 3개월이 지나는 올 8월에는 무더기로 정신질환자들이 퇴원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퇴원하는 정신질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지역사회의 기반이 마련돼 있냐는 것이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시설을 나오면서 오히려 치료 기회가 상실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강제입원 개선을 권고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20년만에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퇴원환자를 위한 사회복귀시설이나 치료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무작정 탈시설화가 진행될 경우 그 후유증은 커 보인다.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진작에 사회적 기반을 다져놨어야 할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