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월 중 입법예고 방침...의료기관 지정은 4월까지
김현준 건강정책국장 "법 시행 전 재개정 요구 수용 어렵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정신건강의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비자의입원 규정이 강화된 개정 정신보건법은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취지로 지난해 5월 29일 공포됐으며 오는 5월 30일 시행될 예정이다.
골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을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2명의 전문의 소견이 일치할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국립정신병원에 설치해 최초 입원 시 한 달 이내에 비자의입원의 적합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일정한 자격을 갖춘 민간 의료기관을 입원판정 지정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도록 했는데, 정신건강의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어 "개정안에 추가된 비자발적 입원 조항은 적시 치료를 어렵게 하고, 환자와 그 가족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예산이나 인력확보에 대한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졸속 심의돼 오히려 적절한 환자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또 정부에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 전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법 재개정을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재개정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단 법을 시행하고 이후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김현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1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이런 보건복지부의 견해를 밝히고, 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학계의 협조를 호소했다.
김 국장은 우선 "오는 5월 30일 개정 법 시행을 위해 2월 중에 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행일로부터 필요한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2월 중에는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경정신의학회가 요구하는 법 시행 전 재개정 요구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이미 개정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또 개정하는 것은 안된다. 그런 사례가 없다"면서 "다만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입원판정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 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2인이 입원판정에 참여했을 때 2인 모두에게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토됐다. 비자의입원을 원하는 환자 가족 등의 소송 상황에서 전문의 법적 대응을 지원할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또한 "민간 의료기관을 입원판정 기관으로 지정하는 기준을 4월까지 마련할 계획인데, 기준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그리 높게 잡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전에 문제가 있었던 병원이나 전문의는 지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입원판정에 대한 수가는 다양한 방안으로 고민 중인데, 빠르면 2월 중으로 정신건강의학계의 의견을 참조해 수용 가능성이 높은 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정신의학계의 협조 없이 개정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상호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