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수가현실화 역설..."저수가, 각종 편법 원인"
"의료영리화 단초 차단...재활병원 종별신설과 개설권 별도 논의 가능"
앞으로도 저수가체제가 지속하면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언 당사자가 다름 아닌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이끄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이어서 무게가 실린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수가 현실화 또는 수가 적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비급여가 확대되는 등의 문제들이 저수가체제에 기인하며,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모두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 역시 저수가체제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수가 적정화가 해답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양 위원장은 먼저 "병원 부도율이 매년 8~9%다. 상급종합병원도 의료수익은 적자상태다. 만일 일반 기업 부도율이 이 정도면 나라가 망한다. 이는 의료기관 운영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가 원인이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면서 "제도의 문제 중 가장 큰 것이 저수가체제다. 저수가가 지속되니 각종 편법과 탈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이 의료수익 적자를 리베이트로 메꾸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OECD 통계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수가는 원가보다 너무 낮다. 그래서 의사들이 환자를 많이 봐야 적자를 덜 보는 구조다. 지금의 수가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 수를 늘리면 의사 수가 많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저수가체제를 앞으로도 지속하면 의료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적정수가를 지불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 현실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국가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양 위원장은 "적정수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결국 건보재정을 늘려야 한다. 우선적으로 국고 지원을 늘려서 해결해야 한다. 독일, 일본 등 사회보험체계를 가진 나라들의 국고 지원율은 건보료 예상 수입의 30~40% 수준이다. 국고 지원율이 20%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것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공공성 및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영리화 단초를 확실하게 차단하는 한편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양 위원장은 "의료의 공공성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건보 보장률 확대를 위해 힘쓸 것이다. 국민 건강과 행복에 관련된 것이므로 무리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으로 대변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저지하는 동시에 어떠한 의료영리화의 단초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의료영리화와 의료산업화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제약 및 바이오산업, 의료기기 산업 육성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하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일문일답]
Q.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8개월 동안 상임위원회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의 소회는.
=그동안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총 527건의 법안이 접수됐고, 이 중 97건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본회의 처리 법안이 18개 상임위 중 네 번째로 많다. 예산을 보면, 복지 확대를 목표로 작년보다 약 1조 8천억(3.3%)이 증액된 예산안을 심사·의결했다.
이 밖에도 고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을 규명하고,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과체계 마련, 의약품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공청회 등 복지 확대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육성 또한 소홀히 하지 않고 활동을 했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저출산 대책을 대폭 강화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분야인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조기 대선이 펼쳐진다고 해도 지금 심사가 진행 중인 건강보험료의 공정한 부과방안 마련과 저출산 해소 입법은 가장 중점적으로 심사하고 처리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Q.요양기관 현지실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 등에 부담을 느껴 의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입법적, 혹은 제도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있나.
=내가 19대 국회 때 조사당하는 당사자나 기관에 조사 사유, 조사범위, 조사자의 자격 등을 명시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현지조사 절차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런데도 강압적인 조사라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현지조사가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방해할 정도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지조사 시 당사자들이나 해당 기관들이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확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논란을 해소할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건의료 관련 모든 사안은 국민 건강이라는 처지에서 봐야 한다. 당사자 간 협의로는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고 본다.
Q.직접 발의한 재활병원 종별 규정 명문화 의료법 개정안이 한의사 개설권 허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입장이 찬성에서 반대로, 반대에서 찬성으로 각각 돌아서며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전문적인 아급성기 재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재활병원을 종별 구분으로 신설하는 것과 한의사 개설권 허용은 별개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종별 신설을 합의하고 추후 개설권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Q.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소득 중심 3단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개편 방안의 원칙이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불합리하고 공정성이 결여돼 있는 현행 부과방식을 최대 9년이라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이번 2월 상임위에서 정부가 발표한 안과 여야 정당의 안을 종합해 국민에게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최종안이 합의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Q.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가 강화된 상황에서 중증응급환자 전원 기준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계는 병의원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는데.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전원 기준을 하위법령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봐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전원 기준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필요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법안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것이다. 이와 별개로 권역응급병원들에 대한 지원을 충분하게 늘리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Q.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 분야 대선 공약 중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보건의료 분야 과제가 적어도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보장성을 OECD 평균이 80% 이상으로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백신 자급 기반을 마련하고 바이오 분야를 포함한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백신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R&D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셋째는 공공보건의료인력과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의료진과 연구인력을 공공적 방식으로 육성하고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을 보건복지부가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
Q.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보건복지부를 보건과 복지로 나눠, 의료 분야는 보건처(청)가 맡고, 복지 분야는 고용노동부에 통합시키는 정부조직 개혁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지향적인 보건분야 '거버넌스' 체계는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단순하게 보건복지부를 나누는 것은 조직 개편의 원칙도 아니고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다. 전체 정부 조직을 함께 보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