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2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했지만 '기각'
법원 "폐색전증 예방·응급조치 잘못 찾아볼 수 없어"
A씨는 5년여 전부터 허리 통증·다리 당김·저림 등의 증상으로 2015년 5월 20일 B병원에 내원, MRI 검사 결과 요추 4-5번간 척추 협착증·척추전방전위증·추간공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C담당의사의 권유에 따라 좁아진 추간공을 넓히고, 흔들리는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C담당의사는 수술에 앞서 항혈전제인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2015년 5월 28일 12시 15경부터 16시 50경까지 요추 4-5번간 전방경유 골유합술·후방경피적 나사고정술이 진행됐다. B병원 의료진은 수술을 한 날 밤부터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행할 것을 권유했다.
A씨는 5월 30일 12시경 화장실을 가려고 간병인과 함께 걸어 나오다 병실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2:05경 신경외과 전문의가 심폐소생술 및 앰부배깅을 시행했으며, 12시 17경 중환자실로 전실됐다. 에피네프린 주사·기도 삽관에 이어 대퇴정맥에 삽입한 중심정맥관으로 수액을 투여했다.
12시 32경 맥박 120회/분으로 촉진되고, 자발순환이 회복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12:35경 혈압 70/40mmHg, 맥박 102회/분, 산소포화도 76%였으며,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며 자기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12시 38경 의식이 처지자 재기관내삽관을 시행하고, 12:41경 혈압 및 맥박이 확인되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12시 44경 심전도상 리듬이 확인되고, 맥박이 촉지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으며, 12시 46경 앰부배깅을 시행하며 D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당시 눈깜박이기·주먹쥐기·아들 확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5월 30일 12시 59경 D대학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혈압 136/106mmHg, 맥박 142회/분, 의식은 기면 상태였으나 지시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3번의 심정지가 발생,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며, 13시 13경 자발순환이 회복됐다.
관상동맥 CT 및 초음파검사 결과, 우심실확장·우심실기능부전이 동반된 대량 폐색전증으로 진단됐으며, 혈전용해술·투석요법을 실시했다.
좌측 폐동맥에 폐색전이 남아 있는 상태로 심장내과집중치료실로 입원치료를 받던 중 5월 31일 00시 00경 호흡부전이 발생, 혈압 저하와 심박동이 불안정해졌다.
D대학병원 의료진은 위독하다고 판단, 보호자들에게 여러차례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치료를 권유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A씨는 2015년 5월 31일 03시 50경 폐동맥 혈전색전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A씨 가족은 B병원 의료진이 저용량 헤파린 투여·압박스타킹 착용·조기 보행 권고 등 폐색전증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망인이 쓰러진 직후 기도 확보와 심폐소생술 등 신속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며 악결과 예견의무와 회피의무를 위반하는 등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혈전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고, 혈전으로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수술 여부 결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했다.
B병원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직후 5분 이내에 신속하게 심폐소생술과 기관내 삽관 등 응급조치를 실시, 자발호흡을 회복한 후 전원했으며, 간단한 지시에 복종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을 회복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수술로 인해 하지 심부정맥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12다41069, 2015년 1월 29일 선고)를 인용,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우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자민,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이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한편,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에 환자나의 상황이나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이번 선고의 핵심 잣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폐색전증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했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아니해 사망에 이를 만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상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폐색전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압박스타킹을 착용토록 하고, 수술 이후 조기 보행을 권유했으며, 수술 다음날 보조기를 착용하고 간병인과 함께 보행하도록 한 점을 들어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12시 00경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 담당 간호사는 즉시 망인을 휠체어에 태워 침상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의료진에게 보고해 12시 05경부터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전원할 당시 눈깜박이기·주먹쥐기 등의 모습을 보인 점, 심근수축력 강화·수축빈도 증대 등에 효과가 있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한 점, 자가발관 후 즉시 기관내 삽관 및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자발순환을 회복시킨 점, 전원 당시 저산소성 뇌손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응급조치와 관혀해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로 평가할 만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수술에 앞서 A씨와 원고에게 수술동의서 서명을 받았고, 수술 합병증으로 하지심부정맥 색전증이 기재돼 있다"면서 A씨는 수술 부작용으로 하지 심부정맥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서 수술에 동의한 만큼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 역시 이유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