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발상된 IC칩 대신 '지문' 활용한 전자건보증 검토
김정재 의원 "원하는 사람 선택적 발급하자" 건보법 개정안도
전자건강보험증 추진 방향이 다소 틀어질 전망이다. 당초 IC카드 형태를 염두에 뒀으나 5000억원에 달하는 발급비용 및 휴대성 등을 고려해 '지문' 활용 방식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증이 '미운오리새끼'가 됐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건보증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병원들은 초진·재진으로 구분한 자체 서식으로 환자정보를 받는다. A의원장은 "종이 건보증으로 접수하는 환자는 손에 꼽는다.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용자는 없어도 발급은 의무적으로 이뤄져 매년 약 55억원이 발급비용으로 새나간다. 급기야 8일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발급하는 대신 가입자가 건보증 발급을 신청하는 경우 발급하도록 하자"는 건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건보증 선택적 발급'의 건보법 개정안은 이미 2014년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외국인 등의 불법대여 및 도용으로 인한 재정누수도 심각하다. 건보공단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IC카드 형태의 전자건보증. 사진과 함께 IC칩에 환자 개인의 건강정보를 담아 본인확인도 하고 도용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번번이 불발됐다. 늘 할 듯 말듯 했던 전자건보증은 지난해 말에는 진짜로 추진될 뻔 하더니 더 큰 이슈인 부과체계 개편에 밀렸다. 올해 건보공단 업무계획에도 포함돼 있지만 관련 예산은 배정받지 못했다.
IC칩 활용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발상 당시만 해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으나 그새 시대가 변한 것.
실제로 건보공단은 최근 국감지적사항 시정조치를 통해 "당초 IC카드 발급 방안을 검토했으나 소지 불편, 비용 과다 등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말하는 '생체정보'란 바로 지문. 건보공단 관계자는 "IC카드의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분실 위험도 있다. 홍채 등 여러 생체인식 방식을 검토 중이나 현재로써는 가장 널리 쓰이는 지문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2015년 공개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문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안정성이 장점이다. 구축비용도 저렴하며 판독시간도 빠르다. 단, 접촉을 통해 인식되므로 비위생적이며 모형을 통해 위조가 가능하다.
또 다른 대안 중 도입가능성 높은 홍채의 경우 위조가 불가능하며 정확도가 높다. 그러나 인식과정이 부자연스럽고 구축비용이 비싸다. 연구진도 "생체 인식 기술 도입을 위해 정확성과 보안, 비용 등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지문 인식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생체정보를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에 민감한 대국민 정서를 극복하는 게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보공단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