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약처가 적지않은 의사출신 전문심사관을 선발하려던 계획을 축소한 반면 트럼프는 진료 의사 출신인 44살의 스콧 고틀리브를 정권 첫 FDA 수장으로 임명해 대조를 보였다.
40대에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핵심부서의 수장이 된 고틀리브는 미국 뉴욕의대 임상 조교수로 약물 개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했다. 의학을 기반으로 약물개발은 물론 정부의 의료정책 수립에도 기여한 다양한 경험이 있다.
40대 임상의사가 수장이 되는 미국 FDA에 비해 한국 식약처는 의사 출신 수장은 고사하고 식약처 본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이원식 의약품안전국장이 유일하다. 그나마 이 국장이 임명된 올 9월 이전까지는 600명이 근무하는 식약처 본부에 의사는 한 명도 없었다.
미국 FDA는 대표 뿐 아니라 주요 부서 곳곳에서 수백명의 의사가 일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 부처로 유명하다. 한국 식약처는 그에 비하면 조금 과장해 '의사 멸종' 부처로 불릴만 하다.
식약처 산하 평가원과 6개 지방식약청을 다뒤져봐도 의사 수가 10명을 넘지 않는다. 의약품과 관련한 또다른 전문직종인 약사가 본부에만 100여명, 산하 평가원과 지방식약청을 합치면 200여명이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왜 식약처에는 의사가 없는 걸까?
대략 의사채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식약처나 정부 분위기, 추가적인 예산부담 등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의료계의 무관심도 한몫하는 것 같다.
식약처는 환자에게 어떤 약을 쓸 수 있고, 어떤 약은 쓸 수 없는지를 결정하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부처 중 핵심이다. 이런 핵심부처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은 의료계 뿐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이다. 특정 직종의 이해관계를 떠나 식약처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고민해 볼 문제다.
고틀리브 미국 FDA 수장 임명 소식을 들으면서 식약처의 '의사 멸종' 상태를 개선하는 것에 의료계의 관심이 지금보다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사출신 보건소장 임명여부만큼 중요한 핵심 이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