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00시간에 당직비 1만 7천원...수련환경 '심각'

주당 100시간에 당직비 1만 7천원...수련환경 '심각'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3.31 11: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당 80시간 병원 거의 없어 전공의특별법 특단조치 필요
대전협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 비중 높아 교육의 질 우려"

최저 1만 7000원 수준의 당직비와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이 폭로됐다. 빅5 중 전공의특별법 기준인 주당 80시간 규정을 지키는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16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를 31일 공개했다.

기동훈 대전협회장은 "첫 시도인만큼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진행했다. 전공의들의 높은 참여율과 언론의 깊은 관심을 보며 더 신뢰성 있는 결과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라며 "이번 설문조사가 본래 취지를 잃지 않고 계속 이어져 대한민국 수련환경 개선과 국민안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 주목할 점은 전공의 시각으로 평가한 첫 번째 수련병원 평가란 것이다. 특히 병원별 단순비교가 아닌 전공의 규모에 따른 차등비교를 수행해 ▲100명 이내 ▲100∼200명 ▲200∼500명 ▲500명 이상의 총 4개 그룹별로 순위를 매겨 비교분석했다.

비슷한 규모 안에서도 수련환경 양극성은 뚜렷하게 드러나 최상위와 최하위간 평균 4배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당직비 편차가 커 동일그룹내 1위 병원과 꼴찌병원간 7배까지, 전체 수련병원으로 보면 15배까지 차이 났다.

'귀하의 주말 하루 평균 당직비는 얼마입니까?' 결과를 보면, 전공의 100명 이내 그룹 1위는 강릉아산병원으로 12만 4670원이었으나 공동 15위인 대동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1만 7500원으로 7배가 차이났다.

100∼200명 그룹 1위는 강북삼성병원으로 10만 5960원, 29위 동아대병원은 2만 200원이었으며, 200∼500명 그룹 1위 아주대병원은 8만 9410원, 16위인 고대구로병원은 1만 7160원으로 각각 5배가량 차이났다.

500명 이상의 경우 1위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5만 3850원, 5위 서울대병원이 7만 8060원으로 2배 차이를 보였다.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경우에 환자를 한 번에 평균 몇 명 담당합니까?' 문항 역시 많게는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100명 이내 그룹의 경우 1위 강원대병원이 8.3명, 16위인 광주기독병원이 28.3명으로 3.4배 차이가 났다. 그 외의 그룹에서는 평균 2배 정도의 차이가 나타났으며,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1위와 5위의 차이가 단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본인의 업무 중 전공의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십니까?' 문항의 경우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병원이 10∼25%대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곳은 가천대길병원으로 29.31%에 달했다.

대부분 수련병원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80시간을 넘지 않는 병원은 각 그룹별 상위 1∼3위 정도였으며,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단 한 병원도 발견되지 않았다. 1위가 서울아산병원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약 92시간, 5위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5시간에 육박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 시행 전부터 대통령령으로 8개 항목 개정 등 수 차례 수련환경 개선이 주장돼 왔으나 아직도 주 80시간 이상 근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업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며 "정부와 전공의 수련평가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당직비 역시 아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근 많은 병원들이 기본 급여를 낮추고 당직비를 올리는 꼼수를 보여 왔음에도 이런 수준에 그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들은 31일 '닥터브릿지.com'을 통해 병원별, 규모별 순위로 공개됐다. 대전협은 이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한 후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 밝히고, 수련환경 상향평준화에 대한 공감을 얻어갈 계획이다.

신뢰성 검증을 위해 설문조사 결과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던 고려대학교 통계연구소는 "본 수련병원 평가는 대규모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존에 알려진 가설을 확인하고 문항 및 집단간 분석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설문평가를 진행한다면 기존의 데이터 축적과 함께 더욱 신뢰성 있는 평가분석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공의수련평가위원회 강청희 위원은 "뜻있는 의료계의 염원이었던 전공의법의 시행과 함께 전공의협의회 자체적으로 최초 설계되어 진행된 설문조사라 더욱 뜻이 깊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연구소, 공신력 있는 언론이 함께하는 만큼 이 결과물들은 계속 의미 있는 데이터로 쌓여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더 다양하고 심도 깊은 문항들과 객관적 분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수련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임인석 위원도 "전공의 시각으로 수련환경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이 설문조사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가 크다"며 "양질의 수련, 국민에게 안전한 환경, 훌륭한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수련환경으로 상향평준화되는 날까지 설문조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전공의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용민 위원 역시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들 스스로 자신들의 수련환경과  만족도를 조사, 분석해 발표했다. 전공의들이 수련과정 평가에 참여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순위 매김 등 일부 예민한 부분은 있었지만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번 조사가 연속성을 갖고 이어져 실제 전공의 수련환경개선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