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법 시행규칙 강행에 "법적조치 할 것"
피부과학회 등 "화장품에 의존해 악화될 수 있어"
화장품에 아토피·여드름·탈모 등의 질병 이름을 허용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두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피부과학회·대한모발학회·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대한여드름학회·대한화장품의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 등은 17일 공동성명을 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 이름과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을 허용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오는 5월 30일자로 강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강행한다면, 일반소비자인 국민은 질병 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치료보다는 화장품에 의존해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치료 시기의 장기화 및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질병 이름과 의학적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은 해당 질병에 효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하에 고가로 책정돼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 가중된 경제적 부담은 결국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학회는 "이번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한 의견조회 절차에서 문제점을 반복해 지적하고 , 식약처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식약처는 반응 없이 불통의 자세를 고집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19대 국회인 2014년 10월에도 동일 사안을 두고 정부안으로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으나, 여·야 모두 화장품 업체를 대변한다는 부정적인 우려와 질타를 받고 저지된 바 있다.
2012년 식약처가 발행한 소비자 교육자료에서도 화장품에는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들 학회는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러나 불통의 자세로 일관하면서 기존 화장품법에 반하고 , 소비자 교육자료 내용과도 모순되는 시행규칙을 강행하는 것은 식약처가 국민의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할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과학회 등은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8~19일 대한피부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감사원 공익감사청구에 요구되는 3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감사청구 등 모든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