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지원 좀"...정부 "할 만큼 하고 있다"

제약업계 "지원 좀"...정부 "할 만큼 하고 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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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약학계, 연구개발·세제 지원, 약가제도 개선 등 요구
정부 "지원 필요성 검토...현재로선 추가 지원 어렵다" 난색

▲ 제약업계가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육성하려면 연구개발 등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의협신문 김선경
제약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약가 인상,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약계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정부는 "할만큼 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고용 촉진, 보험약가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현재 시행하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는 지원책 이외에 추가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약산업의 국가 미래성장 동력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약업계와 약학 전문가들의 제약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지원 요구가 쏟아졌다.

성공적인 글로벌 신약 개발 촉진을 위한 정책 지원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원권연 대구카톨릭대 약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정부 지원에도 여전히 취약한 국내 제약산업 실태를 지적하며 추가적인 정책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약기업의 수출 비중이 아직도 매출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재한 연구개발 지원 예산에서 제약 지원 비중을 높여야 제약기업을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리다.

원 교수는 "제약사 신약 개발 비용의 90%를 자체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부의 지원 예산 확대, 세제 지원, 기타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현행 약가제도 하에서는 어렵게 신약을 개발해도 해외 진출 시 제약사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국내 약가가 해외 진출 시 약가 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가 마련 중인 2차 제약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이런 지원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고, 기대가 크다"면서 "종합계획에 포함된 지원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토론회에 참석한 제약업계 관계자들.
박영준 아주대 약대 교수는 제약산업 지원 정부 거버넌스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제약산업 정책 지원 소관 부처가 현재는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제약산업을 통합적, 일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처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산 지원 등의 정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제약산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민간펀드 조성 및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민간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세 감면과 약가 (상향) 조정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약계 현장의 지원 요구도 강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보령제약이 개발한 ARB 단일제 '카나브'의 개발 과정을 예로 들며, 약가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지원해왔지만, 기업 입장에서 가장 힘든 문제가 약가인하 기조의 제도며,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가치를 반영하고, 국내 개발 신약 복합제의 약가 산정 기준을 개선하는 형태로 약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귀현 한미약품 전무는 제약사가 신약에 대해 높은 약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을 기업의 탐욕으로만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론하고, 이해를 당부했다.

지희정 녹십자 전무는 약가제도 개선 외에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해도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또 다른 임상시험 등을 위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 대상 신약의 연구 단계와 향후 연구 계획에 따라 차등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전문인력 양성과 고용 촉진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
이에 대해 김주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1000조 규모를 넘어선 제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제약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약가제도 개선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과장 "제약산업의 지원 요구 중 해결하기 가장 힘든 것이 약가제도 개선이다. 현행 약가제도는 국내 개발 신약을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 약가를 좀 더 인상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내부적으로 있다"면서 "그러나 약가 인상은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고, 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재정 부담은 건보 보장성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구미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약의 적정 가격은 수출이 아닌, 환자의 혜택이 기준일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개발했어도 환자 치료에 우월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환자가 높은 약가를 부담해서 복용하도록 할 수 없는 것이다. 제약사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 들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국내 제약사에만 약가를 우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화된 제약시장을 고려하면 통상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약가우대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것도 국민 보건의료에 기여한 약제의 경우 일정 부분 약가를 우대하는 제도다.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 혜택만큼 우대한다는 취지"라고 부여했다.

박홍기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신약 개발에 대한 현행 조세 지원 규모가 적지 않다면서 추가 세제 지원 요구에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과장은 "정부가 신약 개발에 세제 지원을 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기업의 개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개량신약 개발의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약 개발 제약사에는 지금도 일반 대기업에 비해 파격적인 세제 제원을 하고 있다. 추가 세제 지원은 일반 대기업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석래 미래창조과학부 생명기술과장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에는 혁신성이 필요하다. 혁신적 후보물질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혁신성을 가진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민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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