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10대 공약 중 보건의료분야로, 문재인 후보는 질병관리본부 전문성·독립성 보장, 권역별 질병대응체계 확립 및 분권화, 지역거점 공공병원 위상 강화, 감염병 전문병원을 내세웠고, 안철수 후보는 비급여 포함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및 공공요양시설 확충, 의료취약지 해소 및 감염병 대응을, 홍준표 후보는 어르신 의료비부담 완화 및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을 꼽았다.
유승민 후보는 노인정액제 정액기준 상향 및 본인부담률 완화를 통한 진료비 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웠으며, 심상정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80% 상향, 참여형 전국민주치의제 등 13개의 공약을 발표, 선진국 수준의 건강국가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외에도 각종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각당 대선캠프는 세부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은 어느 때 보다도 보건의료정책과 제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각 대선캠프에 이를 공약으로 녹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런 점을 인식해 이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과 간담회를 진행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25개의 보건의료어젠다를 전달했으며, 지역시도의사회 차원에서도 정책토론회를 열어 의료현실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각 후보들을 크게 변별할 의료공약이나 의료계의 심리를 자극할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선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성분명처방 등 의료계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현안을 놓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당시 박 후보는 전면 반대 의사를 표한 반면 문 후보는 포괄수가제에 찬성 의견을 보였고, 총액계약제는 유보적 입장을, 성분명처방은 "생물학적 동등성실험에 대한 신뢰가 전제된다면 찬성"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의료계에는 더 다가왔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원격 의료 도입을 비롯한 의료영리화, 산업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의료의 본질에 반하는 정책을 펼쳤다.
혹자는 공약을 뗏목에 비유한다. 선거라는 강을 건너면 버리는 공약(空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권자에게 공약은 후보를 판단할 가장 중요한 잣대로 면밀히 따져야 한다.
아울러 공약과 달리 의료계에 큰 배신감을 안겨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해 한국의료를 발전시킬 인물인지 거시적 관점에 따른 판단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