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 협약 2020년 발효...자동 전자 혈압계 정확도 증명
임상고혈압학회 30일 학술세미나...고혈압 관리 '집중 조명'
김일중 한국임상고혈압학회장(서울 서초·김일중내과의원)은 4월 30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임상고혈압학회 춘계학술세미나에서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태를 계기로 수은의 심각한 신경독성 후유증과 환경 파괴 문제가 속속 밝혀지면서 2013년 10월 10일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수은 금지 협약이 체결됐다"면서 "100년 이상 진료실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수은 혈압계와 체온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에 오염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2265명 중 1784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나마타병'으로 명명되면서 심각한 위험성이 전세계에 알려졌다.
수은은 체온계와 혈압계는 물론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광물질 진사(辰砂)를 정제한 주사(朱砂)는 황화수은(HgS) 성분. 이외에도 여러 수은 화합물인 염화제1수은(감홍·甘汞)은 완하제·이뇨제 등으로, 염화제2수은(승홍·昇汞)은 매독 치료제로 사용했다.
수은에 중독되면 발열·구토·설사·손발 마비·지각·청력·언어 장애 등을 비롯해 사망을 유발한다.
한국은 2014년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수은 협약에 서명했다. 수은 협약은 혈압계·수은전지·화장품(수은 함량 1ppm)·형광등(직선형 삼파장 60W 미만 제품 5mg 초과 시) 등 수은 협약에서 정한 8종의 수은첨가제품에 대해 2020년부터 제조는 물론 수출·수입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협약의 골자.
수은 협약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12월 30일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환경부는 2015년 12월 '수은관리 종합대책(2016∼2020)'을 수립한 데 이어 2017년 3월 '잔류성오염물질관리법(구 잔류성유기오염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잔류성오염물질 종류에 수은을 포함하고, 수은 노출·중독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이날 임상고혈압학회 초청으로 내한한 아사야마 케이 부교수(일본 테이쿄대학 공중보건학)는 '수은 혈압계에서 전자 혈압계로의 전환에 대하여' 주제강연을 통해 "수은 혈압계가 자동 전자 혈압계에 비해 정확하다는 오해가 있다"면서 "수은 협압계는 수은 증발로 인해 오류가 발생하고, 압력 수치는 내부 먼지에 의해 저하하며, 과도한 사용으로 액체가 분리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측정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야마 부교수는 "자동 전자 혈압계에 사용하는 반도체 압력 센서는 정밀도가 떨어지고 빠르게 약화된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압력에 견고할뿐만 아니라 변화에 우수하게 반응하며, 정확도를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수은 의료기기를 산업폐기물로 규정해 전문가가 직접 수거토록 했다"고 밝힌 아사야마 부교수는 "수은 협약 발효 이후 처리가 더 어려워지고, 처리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일본고혈압학회는 수은 혈압계의 대안으로 '상완 커프형 자동 전자 혈압계' 또는 '하이브리드 혈압계' 사용을 권장하되 정확도를 확인하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아사야마 부교수는 "수은 협약에 따라 2년 이내에 수은을 함유하지 않는 동등한 혈압계에 대한 표준이 국제품질인증(ISO)·미국 의료기기진흥회(AAMI)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뒤 "과학적으로 임상에서 수은 혈압계는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아사야마 부교수의 강연에 이어 열린 학회 임원진 간담회에서 김삼수 명예회장(전 대한순환기학회 초대 이사장·취봉심장클리닉)은 "가정혈압 연구를 위해 30년 동안 이마이 유타카 교수팀(일본 도호쿠대학)이 진행한 일본 오하사마 연구에서 ISO 공인 자동전차혈압계의 평균오차는 9mmHg로 수은 혈압기(12mmHg)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수은 중독 문제를 해결하고,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 의학계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철민 임상고혈압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은 수은 혈압계의 종식을 앞두고 진동식 자동전자혈압계나 하이브리드 혈압계를 공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비공인 혈압계는 19%에서 오류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고혈압을 관리하는 의사에게 정확한 혈압 수치를 측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혈압계 공인을 통해 오류 문제부터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고혈압학회는 일본고혈압학회 혈압관리연구회 실무위원회와 협력망을 구축, 상호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임상고혈압학회 혈압관리실무위원회는 김삼수 위원장과 김일중 회장·김철민 이사장을 비롯해 류왕성 부회장·송정길 부회장·정시전 자문위원·김육 총무이사가 참여키로 했다.
이번 춘계학술세미나에서는 ▲가정혈압의 ABC(김철민 대한임상고혈압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고혈압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평가(조익성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경동맥 초음파 검사의 유용성과 약물 치료(정내인 원장·정내인내과의원)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김수중 경희의대 교수·심장내과) 등을 비롯해 '1차 의료기관에서의 감염 관리'(김인선 고려의대 교수·감염내과)에 대해 소개했다.
최신 비만 의약품·당뇨병 환자의 비만 관리·만성 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관리 등에 관한 강연도 선보였다.
김일중 임상고혈압학회장은 "가정혈압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교육을 통해 가정혈압 측정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6년 발족한 한국가정혈압학회가 2015년 8월 한국임상고혈압학회로 새로 창립했다"면서 "임상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연관 학문 발전과 교육·정보 교류·임상적 응용을 통해 고혈압 환자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심장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