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은협약에 따라 2020년이 되면 수은 혈압계는 진료실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혈압계 하나에는 약 47g의 수은이 함유돼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혈압계 외에도 체온계·위장 튜브·치과용 아말감 등 수은 함유 의료제품들이 꽤 사용되고 있다.
수은은 지구상에 가장 위험한 화학물질로 꼽힌다. 이런 수은의 위험성을 전인류에 알린 사건은 일본에서 발생한 마나마타병이다.
1956년 일본미나마타시 비료공장에서 유기수은이 바다에 유출되면서 이 지역 어패류를 섭취한 주민 2000여명이 사지마비 등이 발병한 불행한 사건으로, 아직도 620명이 투병중이다. 이 일을 계기로 수은에 대한 경각심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났고, 특히 기체상태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수은의 특성 탓에 국제적인 대응이 모색됐다.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협약안을 발의한 이후 2013년 10월에 국제수은협약이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2014년 9월 협약에 서명해 2020년 까지 전지·형광등·화장품(수은함량 ppm 이상), 혈압계 등 8종의 제품의 제조·수출입이 금지된다.
UNEP가 수은협약을 발의하기 전에 수은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킨 것은 세계의사회(WMA)가 먼저였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수은으로 인한 피해절감에 대한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성명은 전세계 의료계가 위해성이 높은 수은온도계·혈압계·위장튜브 등을 비수은 제품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병원이나 의료시설에서 수은 폐기와 교육 등과 관련한 수은관리정책을 수립해 이행할 것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같은해 수은체온계의 사용을 금지시킨 바 있다. 한국도 수은체온계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수은 혈압계는 아직 상당수 사용되고 있다.
전자식 혈압계가 수은혈압계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선호도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의 일부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을 진단할 때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재현성 및 관찰자간 오차를 줄이는데 유리하므로 전자기기로 측정하는 것이 더 선호된다는 권고를 내놓고 있다.
최근 임상고혈압학회의 초청을 받아 내한한 일본 테이쿄대학 아사야마 부교수는 "수은혈압계가 자동전자혈압계에 비해 정확하다는 것은 오해"라며 일본 고혈압학회는 대안으로 상완 커프형 전자혈압계 또는 하이브리드 혈압계 사용을 권장하되 정확도를 확인토록 했다고 소개했다.
3년 앞으로 예고된 수은혈압계 퇴출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별도로 의료계 역시 이에 대한 대비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수거·처리방안외에도 혈압측정 및 고혈압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미리 의료진에 대한 교육·홍보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혈압계 뿐 아니라 WMA가 이미 2008년 권고한 것 처럼 수은 함유 의료제품을 대체해 수은없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데 의료계의 몫과 역할을 찾는데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