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윤리위, 진단서 수정 권고→진단서 작성 전공의 사인 '수정'
"전공의 보호 위해 결정 늦어져 ...'직업윤리위'통해 재발 방지"
서울대병원은 최근 병원윤리위원회를 열어 고 백 씨의 사망진단서 수정을 권고하기로 결정했고, 이 권고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전공의는 지난 14일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서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수정했다. 사망의 원인도 기존에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9월 말 고 백 씨가 사망했을 때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함께 백 씨를 진료했던 전공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록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백 씨가 지난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아스팔트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약 11개월 동안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백 씨의 사망원인이 병사로 기록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과 동문이 사망진단서가 잘못 작성된 것이어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한의사협회는 백 씨의 사망원인이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학병원 진료부원장(윤리위원회 위원장), 김승기 신경외과과장, 이숭덕 법의학교실 교수, 권용진 직업윤리위원회 위원(공공의료사업단장) 등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망진단서 수정 권고 결정 경과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최근 병원윤리위원회를 열어 사망원인 수정 권고를 결정했고, 이 권고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했던 전공의가 14일 사망원인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 진료부원장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백 씨 사망원인 수정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계기는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부터 백 씨 사망원인 수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2월 유가족이 사망원인 수정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병원윤리위 등을 통한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2월에 본격화한 논의의 결과가 6월 중순에 나온 것은 해당 전공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전공의가 지난 4월까지 지도교수인 백선하 교수와 근무를 해야 했기에 백 교수와 근무가 끝나는 4월까지 사망원인 수정 여부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서울대병원은 논의를 시작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의사집단과 개인 의사의 의견이 다를 경우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백 씨와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자구책을 내놨다. 기존 병원윤리위원회 외에 직업윤리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구성해, 집단과 개인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 대해 판단해 권고하기로 했다. 기존 윤리위원회와 다른 점은 권고를 강제하고, 따르지 않은 경우 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견책부터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