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치점수 개정, 미국은 의사가 주도"

"상대가치점수 개정, 미국은 의사가 주도"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7.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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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심의 상대가치개정위원회에서 표준의료행위 내용과 가치 결정
"의사들은 전문지식 사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부에 강조해야"

▲ 미국의사협회장 앤드류 구르만(Andrew W. Gurman)은 1일 대한의사협회 제35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참석해 미국의 표준의료행위코드(CPT)와 상대가치개정위원회(RUC) 제도를 발표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달부터 2차 상대가치 개편안에 따른 수가적용으로 의료계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의사들이 주도하는 미국 시스템이 소개됐다.

직전 미국의사협회장 앤드류 구르만(Andrew W. Gurman)은 1일 대한의사협회 제35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참석해 미국의 표준의료행위코드(CPT)와 상대가치개정위원회(RUC) 제도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총 31명의 관련 전문의로 구성된 상대가치개정위원회에서 대다수의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주도하며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다.

구르만 전 회장은 "새로운 시술이 나와 새로운 코드를 신청했다고 해보자. 이를 위해 우리는 CPT 패널들을 소집한다. 패널은 병원 관계자와 관련 과 전문의 등으로 투명하게 구성되며 '왜 기존시술보다 새로운 시술이 필요하며 얼마나 나은지'를 논의한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특정 수술이 다른 수술보다 어렵다는 '객관적' 데이터를 산출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심장수술이 손목재건술보다 반드시 어렵다는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라며 "그래서 상대가치개정위원회 전문가들은 특별한 행위의 순위를 논의한다. 3분의 2가 동의해야 공식 권고로 나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논의 결과에 따라 위원회가 새로운 코드를 요청하면 정부는 이를 통해 CPT 코드에 기반한 지불을 하게 된다"는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미국 메디케어의 상대가치(RBRVS)는 의사들이 지불제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라고 했다. 미국 상대가치는 의사 업무량 50.9%, 진료비 44.8%, 의사책임 보험 4.3%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의사 업무량은 ▲의료 서비스에 걸린 시간 ▲술기 난이도와 육체적 노력 ▲정신적 노력과 판단 ▲환자 위험에 따른 스트레스로 구성된다. 진료비용은 ▲치료에 필요한 재료 ▲기술적인 도구 등이 포함되며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상대가치가 탄생한다는 것.

또 상대가치에 따른 환산지수는 정부에서 매년 정하는데 환자 치료에 대한 병원의 지리적 이점이나 장소 등 세밀한 요소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고 했다.

구르만 전 회장은 "미국에서는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의사들이 의견이 반영된다. 의사들은 표준의료행위코드와 상대가치개정위원회라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해 상대가치점수를 산정한다"라고 했다.

이어 "위원회에서는 5년마다 리뷰를 통해 의사 목소리를 반영한다. 설문조사로 특정 의료행위에 얼마만큼의 자원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건 물론 정부에 특정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설명한다"라며 "이는 분명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전문지식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환경을 위한 AMA의 노력도 설명했다. 의학교육의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받았던 의학교육은 19세기 말의 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무조건 외워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구글링 하면 뭐든 검색되는 시대다. 환자를 1대1로 보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MA는 5년 전 미국 11개 의대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방식의 의학교육을 하도록 했다. 저마다 새로운 결과들이 도출됐으며 우리는 이를 대학간 컨소시엄 형태로 공유하도록 했다"라며 새로운 방식으로의 변화를 시사했다.

구르만 전 회장은 심포지엄 직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사들도 다함께 단결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2차 상대가치 개편과정이 소개되며 검체와 영상은 낮추고, 수술과 처리는 올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재정문제 역시 지적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계에 비용전가를 한 점에 대해 구르만 전 회장은 "미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도 재정파이가 작으며 각 과별로 달라, 내 파이가 얼마나 크냐가 중요하다"라며 "이는 결국 정치적 싸움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단결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환자치료에 관한 것이든 협회에 관한 것이든 앞으로는 의사가 입법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하고, 왜 해야 하는지를 강조해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의사를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장 명석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의료계로 오는 것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사회에 대한 기여와 가족부양,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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