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지수 40 이상의 초고도비만, 합병증 정상의 2.5배
신해철 사건으로 나빠진 인식, 급여가 개선 실마리 되길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는 체질량 지수가 35 이상이며 당뇨병이 있다면 대사수술을 해야 하다고 했다. 체질량 지수 40 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무조건 수술하라는 지침도 냈다."
고도비만은 질병이다. 흔히 비만을 의지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덜 먹고 운동하면 얼마든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체질량 지수 30을 넘어가는 고도비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태경 교수(한양대병원 외과)는 4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도 고도비만 환자를 비만처럼 취급해 살을 빼라고 한다. 건기식 등으로 유혹하는데 이는 요요만 불러올 뿐"이라고 단언했다.
하 교수는 "체질량 지수가 35 이상이면 심혈관질환과 당뇨 등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위험률이 훅 오른다. 40을 넘으면 정상의 2.5배가 된다"라며 대사수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정부는 20만명으로 추계되는 고도비만 환자를 위해 내년도부터 대사수술 급여화 계획을 공고한 바 있다. 내과적이고 비수술적 치료요법으로도 체중을 줄이지 못했거나, 동반 질환을 완화하지 못하는 병적 고도비만 수술에는 2018년부터 급여가 적용된다.
투입 재정은 총 90억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도 드는 치료비에 수술을 망설였던 환자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대사수술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일명 '신해철 수술'로 불렸던 위밴드 수술이 대사수술의 하나이기 때문.
하 교수는 "2014년도 신해철 씨 사건이 터지며 대사수술에 대한 인식이 국가적으로 나빠졌다. 수술받아야 하는 환자인데도 보호자가 말리는 바람에 못 받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3년이나 지났지만 그대로"라며 "그러나 안전하고 효과가 좋다는 자료가 이미 나와있다. 내년도 급여화가 선입견을 바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신해철 사건으로 현재 개원가에서의 위밴드 수술은 거의 사라진 상태. 대사수술에는 크게 루와이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 복강경조절형위밴드술이 있는데 이 중 위밴드술이 가장 쉽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개원가들이 여기에만 집중해왔다고 했다.
그는 "위 밴드술도 물론 과학적으로는 입증됐다. 다만 밴드술만 고집한 게 문제였다. 전 세계적으로 적게 하는 수술인데 우리나라는 이걸 제일 많이 했다. 당일 수술과 퇴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나머지 두 개 수술은 적어도 3∼4일은 병원에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당뇨병 치료에 미치는 효과는 두 수술이 더 좋다"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가 과거 고도비만 수술을 시행했던 어느 모녀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당시 어머니는 184kg, 딸은 140kg으로 특히 어머니는 숨이 차 제대로 걸어다니지 못했다. 수술 6개월이 지나자 모녀는 각각 145kg과 100kg으로 감량됐다. 특히 어머니의 경우 지병이던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사라졌다.
이같은 고도비만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이로 인한 고도비만 재발율은 10%에 달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수술 6개월이 지나면 확 좋아지니 병원에 오지 않는다. 길게는 30년 이상, 평생 추적관찰을 해야 하며 이것이 핵심이다. 고도비만의 근본 치료법은 수술"이라며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