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건의약 단체 "법안 사수" 온라인 서명운동 전개
위헌지지 측 "과잉금지·명확성 원칙 반해...의료인 역차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8항'(1인 1개소법 또는 이중개설금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보건의약단체가 '법안 사수'를 위해 팔을 걷고 있다.
충청남도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는 지난 6일 1인 1개소법 수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대구광역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도 한 목소리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전광역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와 대전시약사회는 지난 8일 1인 1개소법 사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대전지역 의약단체는 결의문을 통해 "1인 1개소법 합헌을 반대자들은 사무장 등 비의료인이 병·의원 및 약국 운영에 참여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영리 병의원과 약국 운영을 위해 헌법재판소에 1인 1개소법 헌법소원 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의료법 제33조 8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의약단체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1인 1개소법을 사수하고, 의료 영리화를 적극 반대한다"면서 1인 1개소법의 합헌 결정을 촉구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5월 1인 1개소법 수호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사이트(https://goo.gl/tbTGhE)를 개설,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다.
서울시약사회도 "1인 1개소 원칙이 무너지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자본의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시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의 집중과 집적으로 거대 의료자본을 출현시켜 보건의료의 독점과 영리화를 불러온다"면서 헌재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2016년 공개변론...국정농단 사태로 '장고'
헌재는 지난 2016년 3월 10일 '2015헌바34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위헌소원 관련 사건에 대한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헌재의 심판 대상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등이다.
헌재는 특히 의료법 제33조 제8항 등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놓고 장고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8항은 2012년 7월 이전까지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서 2012년 8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됐다.
'1인 1개소법'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1인 1개소 이상 경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대자본가가 병원을 몇 백 개도 가질 수 있고, 기업형 영리병원체인이 탄생할 수 있다"면서 "영리병원이 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과잉 또는 부실 진료·치료·시술을 할 수 있고,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기관이 지나친 영리를 추구해 대형화·기업화하면 환자 건강을 돌보는 본래 목적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을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 보호보다 영리추구가 우선시돼 과잉 진료·환자 유인·소규모 개인의원의 폐업·리베이트 수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중개설금지 조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1인 1개소법(이중개설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의료인이 다른 병원을 개설할 수는 없지만 지분을 투자하거나 동업을 하는 등 경영 참여가 가능했다.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운영도 합법으로 봤다.
그러나 '1인 1개소법' 시행 이후 네트워크 의료기관 운영과 경영 참여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불법'이 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전국에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인지도를 높여온 네트워크 치과의원과 의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2012년 8월 '1인 1개소법' 통과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사가 비의사에게 면허를 빌려준 사무장병원 뿐만 아니라 의사가 다른 병원에 투자한 데 대해서도 불법이라며 고소·고발과 환수처분을 하고 있다.
"과잉금지·명확성 원칙 반해" 위헌 주장
'1인 1개소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청구인들은 "중복 개설·운영 형태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며, 의료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부당이득 징수대상을 개설명의인으로 보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진료수준 향상과 신기술 도입 등에 유리하고, 진료수준이나 서비스의 질 관리에 엄격하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의료기관이 존재하면 국민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세무사·회계사의 경우 동업형태의 법인 개설이 가능함에도 의료인만 유일하게 이중개설금지법으로 처벌과 환수조치를 받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한 의료법인 관계자는 "의료법 33조 8항은 네트워크병원을 규제하기 위해 개정했지만 엉뚱하게 의료법인까지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의료법인들은 1인 1개소법 개정으로 갑자기 범법자가 됐다. 언제나 환수조치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가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면 의료법인 이사로 참여할 수 없지만 비의료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료인 역차별은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9인 재판관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지난 1월 31일, 이정미 전 재판관은 3월 13일 임기를 마쳤다. 이선애 재판관이 3월 29일 취임했지만 여전히 1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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