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 정비 촉구
"부가가치 엄청난 빅데이터, 언제까지 쌓아둬야만 하나"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을 전부 또는 일부 개정하거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우려되는 윤리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혁신 심포지엄'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해묵은 과제인 관련 법 정비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국가 주도의 단일의료보험체계와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 등을 기반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집적된 국민의 보건의료정보.
이 정보 활용을 통한 경제적, 산업적 기대효과가 엄청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이 빅데이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새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보건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해묵은 과제 주위를 맴돌고 있다.
박종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법으로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외의 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19대 국회 당시에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회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됐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반드시 입법화해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법이 먼저 정비되지 않는다면 관련 기업들은 불확성 때문에 투자할 수 없다. 관련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해 있다. 법이 뒷받침을 못해 산업화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김정훈 서울의대 소아안과 교수는 법 정비와 함께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계획할 때 심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사안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향적 연구가 아닌 후향적 연구의 경우 환자정보 활용을 위한 동의서 확보 의무가 면제되지만, 추적관찰을 하려면 전향적 연구 성격이 더해져 곤란한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을 위한 법 정비가 없이는 정보 활용은 불가능하다. 오는 9월에 유네스코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할 예정인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정부가 일정 부분 규제하면서 산업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 스스로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활용한 데이터가 엄청나게 축적돼 있고, 그 정보를 다룰 기술력도 충분한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산업화하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확하게 법적 기준을 만들고 법을 어기는 기업들에는 징벌적 처벌을 하고, 법을 지키면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들에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개함과 동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