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요류역학검사 조작하지 않은 사실 증명해야"
2007년 요실금 고시 발단...환수·업무정지·과징금 '폭탄'
2007년 요실금 수술 고시를 계기로 촉발된 요류역학검사를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의사들의 주장이 대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은 최근 A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2015두2864)에서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15일 요실금수술 급여인정 기준을 놓고 벌인 유사 소송에서 "검사일자가 앞선 것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아 처분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원고, 즉 의사들의 승소로 판결한 4건의 원심 판결을 모두 파기, 고법으로 환송했다.
이에 따라 요실금수술 급여인정기준을 놓고 2011년경부터 시작된 6년 동안의 법정 소송의 결과, 의사들이 환수처분과 함께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수천 만 원대 과징금까지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요실금 수술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1998년 S생명보험사가 요실금 수술을 할 경우 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을 판매를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경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골반 기저부 피하조직에 인조테이프를 삽입하는 간단한 요실금 수술법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수술 환자가 늘기 시작했다. 2001년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행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2006년 수술에 사용되는 치료재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수술건수가 증가했다.
요실금 수술이 계속 늘어나자 보건복지부는 2007년 1월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 인정기준 세부 인정사항(요실금 수술 고시)'을 개정, 요류역학검사에서 요누출압이 120cmH2o 미만인 경우에만 보험급여를 인정키로 급여기준을 대폭 높였다.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시술료 및 치료재료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토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바꾸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8년 11월 27일 '방광내압 및 요노출압 측정 시 검사 방법에 관한 심사지침'을 마련, 돋보기 심사에 나섰다.
2009년 1월 1일 진료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심평원 심사지침은 방광내압 및 요누출압 측정검사는 방광을 비웠을 때부터 시작해 방광의 충만과 배뇨시 압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검사 시작 및 도중에 방광내압(Pves), 복강내압(Pabd)이 음압이 나타날 때는 즉시 '0(Zero)' 이상으로 보정하도록 했다. 또 요누출압 측정검사는 생리식염수 주입 용량이 300㎖ 이하에서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S생명은 요실금 수술 고시를 근거로 2009년 산부인과 의사 100여 명을 보험사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중 50명의 의사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실사를 벌여 고시를 위반한 의사에게 환수처분과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산부인과 의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의사요실금대책위원회는 "국민을 기만하는 요실금 고시를 즉각 철회하라"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불합리한 요실금 수술 급여기준 고시를 폐지하라는 비뇨기과와 산부인과를 비롯한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자 대한의사협회가 중재에 나선 끝에 2011년 11월 25일 고시(제2011-144호)를 개정, '요누출압 120cmH2o 미만인 경우'라는 요건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는 그대로 남겨둔 채 진료 담당의사로 하여금 검사결과지 및 소정의 항목을 포함한 판독소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대법원 법정에 선 A원장 역시 요류역학검사 결과지를 조작, 요실금수술 급여비용을 부당청구했다는 혐의로 환수와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요실금수술 급여비용이 청구된 검사결과(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를 대조해 그래프 파형 및 검사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사례가 2개 이상 확인된 경우 조작된 것으로 간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그래프 파형 및 검사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사례가 2개 이상 확인된 경우 검사일자가 앞선 것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아 부당청구가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당청구일람표에 기재된 요실금수술 사례 46건의 급여비용이 부당하게 청구됐다는 처분사유는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는 원심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구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2007년 1월 23일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7-3호)은 그에 관한 위임조항인 '요양급여규칙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으로서 위임조항에 따라 규정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 사건 고시 조항은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실금수술 급여인정기준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 환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보건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면서 "피고가 주장하는 일정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만한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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