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약 먹고 만성신부전...언제까지 방치하나

또 한약 먹고 만성신부전...언제까지 방치하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8.18 10:14
  • 댓글 5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의총 "한약재 안전성·효능 확보 위해 '국가 검증 시스템' 구축 시급"
한의계 "통초 처방하지 않아...중재원 의뢰 정확한 원인 파악해야"

▲ 네이트 판 톡톡 게시판 '한의사 정말 화가 납니다(http://pann.nate.com/talk/338405986)'에 올라온 필라테스 강사의 사연.
한약을 먹고 만성신부전이 발생, 신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27세 필라테스 여성 강사의 사연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한약재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A환자는 생리 불순을 증상으로 한의원을 방문했다가 약 두 달 간 한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얼굴이 붓는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매일 얼굴이 붓는다는 A씨의 말에 B한의사는 "몸에서 한약성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을 수 있고, 몸에 있는 독소가 다 빠지기 전까지는 부을 수 있다"면서 한약을 계속 먹을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력까지 급격히 저하되자 병원을 찾은 A환자는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현재 신장 이식을 위한 공여자를 기다리면서 매주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연은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네이트 판 톡톡 게시판'한의사 정말 화가 납니다(http://pann.nate.com/talk/338405986)' 조회수는 48만 건을 넘어섰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7일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약재 유통 과정의 문제점·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적으로 부재한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외면한 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방치하고, 이런 부실한 제도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A환자의 만성신부전을 일으킨 원인 물질을 관목통(關木通, Aristolochiae Manshuriensis Caulis)으로 추정했다. 
 
한약재로 사용하는 통초(通草)는 쉽게 구하기 어려워 유통업자들이 통초와 형태가 비슷한 관목통을 통초로 속여 한의원에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관목통에 포함돼 있는 아리스톨로크 산(Aristolochic Acid)은 신독성과 요로상피세포에 대한 발암성이 있다"고 설명한 전의총은 "A환자는 통초로 오인된 관목통이 들어간 한약을 두 달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신장 조직이 파괴, 신장기능의 저하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리스톨로크 산에 의해 발생한 신장병(Aristolochic Acid Nephropathy, AAN)은 특히 약초를 많이 사용하는 아시아 지역과 밀가루에 아리스톨로크 산이 오염될 수 있는 환경이 있는 발칸반도에서 주로 발병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의총은 "한약에 통초로 둔갑한 관목통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관목통은 예전에도 유사한 신독성을 일으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목통이 포함된 한약을 복용한 후 신장질환이 발생한 B씨가 한의사와 가맹업체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억 9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의총은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통초 자체의 사용을 금지시켜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관목통을 통초라고 속여 유통시킨 한약재 유통업자에게 엄중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헌적 근거만 있으면 한약재를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한약 사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의총은 "환자들에 치명적인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중대한 직무유기"라면서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한약재로만 제조한 한약을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약을 복용하는 국민에 대해서도 "정부가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한약재 유통과정에서 가짜 한약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공표하기 전까지 한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복용 초기에 불편감과 통증 등 각종 유해한 신체 증상을 경험했을 때 즉각 한약 복용을 중단하라"면서 "한약을 버리지 말고 보관한 후, 인근 병의원을 찾아 관련된 정밀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의계는 "해당 한의원에 확인한 결과, A환자에게 통초(通草) 처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만성신부전증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계는 이번 사건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