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폐교가 공식화되면서 또 다시 의대 유치전이 재현되고 있다.
교육부는 2일 서울시립대와 삼육대학교가 제안한 서남의대 인수방안이 부실하다며 불수용을 통보했다. 이로써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마땅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폐교수순을 밟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전북지역에 정원을 잔류시키는 쪽으로 매듭지어지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남대학교가 인수전에 뛰어들고,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창원대학교가 의대 유치에 재시동을 걸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10일 목포대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의대 유치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모아 정부와 국무총리, 교육부총리에 의대 설립 필요성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16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창원대도 가세하면서 지난 2013년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유치 명분은 대동소이하다. 해당 지역에 의대가 없거나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의료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민원을 도맡아 유치에 앞장서는 정치인만 바뀔 뿐 그 논리는 변함이 없었다.
목포대의 경우 2007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다도해 지역의 보건의료환경 조성을 내세워 의대 설립 정책을 공약을 제시한 바 있고, 현재는 윤소하의원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만 차이날 뿐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동안 '부실의대의 대명사'로 불려온 서남의대의 교훈에서 볼 수 있듯 의대 신설은 정치적 논리나 지역의 특수성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이 개입돼 추진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1994년 설립된 서남의대는 교수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정년을 마친 65세 이상 고령자를 교수로 채용했는가 하면 끝내 교육병원을 확보하지 못해 학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의학교육인증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으면서 의사국시 응시자격이 박탈되고, 재단비리까지 겹쳐 결국 폐교조치를 앞둔 상태다.
1980년대 이후 정치적 논리로 만들어진 다수의 신설의대들은 서남의대 보다는 조금 형편이 나았지만 교수인력 확보, 임상실습 병원의 미확보 등 교육여건의 미비로 학생들의 학습권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면서 상당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들 의대들의 공통점은 정원 40명 내외의 미니 의대라는 것이다. 기초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시설을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의대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 지역별 안배 차원의 미니 의대 신설 정책이 부실의대를 키워온 셈이다.
부실의대의 대표격인 서남의대를 정리하면서 또 다시 제 2의 서남의대를 만들 수는 없다. 서남의대의 정원을 신설의대에 넘길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등 수월성 높은 의사인력 양성 기관으로 이미 검증된 소규모 의대를 선별해 정원을 늘려주는 것이 부실의대를 막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