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500만명 먹는다는 건기식, 안전한가?

성인 1500만명 먹는다는 건기식, 안전한가?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9.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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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국회서 건기식 관리체계 개선 필요성 제기
"기능성 근거 없다...오히려 건강 해칠 수도 있다" 우려도

▲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7일 국회에서 주최한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건기식 기능성의 과학적 근거가 불충하다며 건기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부작용 사례 역시 시장 성장 속도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전성 제고 요구와 별도로 건기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근본적 우려 역시 여전하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7일 국회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김 의원이 건기식 안전성 제고를 위해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4년 7980억원 규모였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5년 1조 8230억으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2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건기식 부작용 추정사례신고 건수 역시 2013년 3900건이었으며 갈수록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건기식 안전성 관리체계와 인증제도 등의 실효성을 진단하고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100세 시대를 맞이해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중 1500만명이 건기식을 구매·섭취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건기식 수요가 커질수록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료의 기능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건기식을 섭취하거나 효능이 입증됐더라도 오남용한다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차의과학대학 교수는 건기식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건기식의 잠재적 위험과 사고 발생에 따른 위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중립적 시각을 보였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원료 제품, 유행성분 감지기술이 발달해 제대로 된 관리체계를 마련하면 잠재적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원료의 치명적 결함 문제라면 적극적, 공격적으로 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정성적 기준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정량적 기준 관리로 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제품 사용상 문제라면 사용 시 주의 및 규제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엽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건기식 관련 부작용 사례에 대한 정보수집과 과학적 연구 인프라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건기식 이상사례 인과성 평가는 이상사례 자체의 속성에서 기인하는 수집된 자료의 편향과 부족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접근은 정식 역학연구를 통해 이상사례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 개별사례의 평가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상사례의 집단발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역학연구활동 적용을 판단할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건기식이 과연 건강을 증진하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한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 등급에 해당하는 건기식은 현재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칼슘과 비타민D, 충치발생위험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자일리톨 등 3종뿐이다. 이보다 아래 단계인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총 7종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에 해당하는 220여 종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과 3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가장 높은 등급인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조차 골다공증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생리활성 2등급은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이 1건만 있으면 기능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3등급은 임상시험 없이,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만 있어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기능성 등급에 따라 시판되고 있는 건기식 품목별 생산액 1위인 홍삼이나 2∼3인 비타민제,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되고 있는 글루코사민, 유산균제제, 오메가-3 지방산 등은 모두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 임상적 근거가 불충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각종 비타민제는 오히려 사망률을 5% 높인다거나 베타카로틴의 경우 폐암 발생을 높인다는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감기나 피로회복 혹은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역시 아직까지 입증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건기식제도를 재검토하고 있는데, 건기식제도 존재 자체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능성 식품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현재 시판되고 있는 모든 건기식의 효능과 안전성을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현재로서는 건기식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식이보충제 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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