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합헌' 불구 당연지정제 논란은 현재형

두 차례 '합헌' 불구 당연지정제 논란은 현재형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9.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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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주최 토론회서 예외·폐지 놓고 이견 오가
김형수 의정연 실장 "강제 편입은 구시대 잔재"

▲ ⓒ의협신문 김선경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에 강제 편입하는 '당연지정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나 의료계와 정부, 시민단체·법조계 등 사회 각계는 제도 존폐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방안이 헌법재판소의 당연지정제 합헌 논거와 상충한다는 주장이 의료계로부터 제기되면서, 당연지정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의료계는 당연지정제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받을 권리가 있는 의사·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13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형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의사는 건강보험에 얽매이지 않는 최선의 진료로 의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사 본연의 직업의식이, 환자는 최첨단 시술, 선진 의료, 최고급 진료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제도권 안에서는 급여기준, 심사기준 등 어떤 식으로든 의료에 대한 제한이 있고, 이로 인해 교과서적인 진료나 의료법상 규정된 최선의 진료와는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인한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강제 편입을 규정하는 법과 제도는 이미 구시대의 잔재"라며 "의료서비스 활성화와 의료산업 육성의 측면, 최선의 진료 수행에 대한 의사의 숙업, 최신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욕구 충족 등을 위해서라도 요양기관 지정을 강제하는 현행법과 제도에 대한 보완과 선택권 부여 필요성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 김형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의협신문 김선경
당연지정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는 △국공립 병원 등 공공 의료기관은 현행대로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고 △미용, 성형 등 일체의 보험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에서 제외하며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하는 특정 의료기관의 한시적(1년) 예외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조계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헌재의 기존 결정을 바꾸게 만들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내용만으로는 판례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선 건강보험 유지를 위해 당연지정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 개발에 건강보험제도가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급여제도의 전면 폐지로 인해 획일적인 진료수가가 강제되어 의료인에게 의료기술 발전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는 제도로 전락한다면, 위헌의 여지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화진 변호사(법무법인 유한)도 현 상황에선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헌재의 합헌 결정에는 비급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의료가 단순한 사적 영역이 아닌 공공재라는 기본 취지가 깔린 것"이라며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 의료의 공공성에 금이 갈 수 있고, 결국 의료가 자유시장 영역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계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 등 어떤 방안을 내놓든지 회원에게 돌아갈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의협신문 김선경
시민단체와 정부는 당연지정제 폐지에 찬성과 반대 관점이 분명했다. 공교롭게도 찬반 이유는 똑같았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전면 급여화가 이뤄지면 건보공단은 개별 의료기관에 대해 선택적 계약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생긴다. 질 평가를 통해 점수가 떨어지는 의료기관과는 계약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당연지정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손영래 보건복지부 팀장(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단 비급여관리팀)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공적 관리가 되지 않는 사적 시장이 팽창하고. 소득계층에 따른 의료접근성 편차가 커진다"고 전망했다.

특히 "단일보험자와 다수 의료기관의 계약제는 단일보험자의 권한이 막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기관 솎아내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의 관리 방식은 지나치게 폭력적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기관에 유리한지 의료계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단일보험자(건보공단)와 계약에서 배제된 의료기관은 현실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면서 "수년간 시민사회계가 제기해 온 사안인데 이번에 의료계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리둥절하다"고 밝혔다.

▲ 장석용 을지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김선경
현직 의사도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이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장석용 을지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일부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추후 모든 과에 당연지정이 걷잡을 수 없이 폐지될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미국처럼 의료질평가 통해 기준에서 미달하는 의료기관을 퇴출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당연지정제 적용에서 벗어나 비급여만 진료한다고 해도 과연 정부의 간섭이 사라질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간섭할 수밖에 없다"며 "선택적·제한적 당연지정제를 위한 입법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앞장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기 라포르시안 편집부국장은 "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의료시설 확충에 힘을 쏟고 그에 맞춰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구축했다면 지금 같은 논란은 없을 것"이라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방안에 대한 논란은 현 정부 5년 임기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계약지정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의료계와 함께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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