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73시간 이상 근무하나 연차 7.9일, 병가 0.7일 불과
여성 전공의가 남성보다 감정노동 많지만 보호 못 받아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비율도 높았는데 특히 여성 전공의는 남성보다 더 많은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음에도 병원의 보호는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주관한 '위기에 처한 보건의료산업 감정노동, 그 대안은?' 토론회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공선영 연구위원(사회건강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하루 평균 12.23시간을 일하고 주당 평균 6.02일을 출근해 원내 보건의료인력 중 가장 긴 근로시간 및 가장 많은 출근일수를 기록했다.
주당 평균 73.6 시간을 근무함에도 전공의들의 평균 연차 사용은 7.96일, 병가는 0.78일에 불과해 근로기준법상 법정연차휴가 15일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에도 많이 시달렸는데, 특히 여성 전공의가 남성보다 더 많은 감정노동을 경험했다. '환자를 응대할 때 감정노동 및 갈등에 시달린다'고 응답한 여성 전공의는 59.7%로 남성 전공의(50.6%)보다 9.3%p 많았다.
그러나 '조직의 지지나 보호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전공의 16.9%, 남성 전공의 39.3%로 대다수의 여성 전공의가 병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나 폭력,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도 보건의료인력 중 가장 많았다.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 79.5%, '욕설이나 폭언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 77.7%, '신체적 위협이나 폭행 등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 49.4%,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통한 성추행을 당했다' 22.3%로 대다수의 전공의가 매우 취약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직업 만족도 및 정서 상태에도 영향을 미쳐 전공의는 가장 낮은 직업 만족도인 2.54점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근로시간 2.06점, 노동 강도 2.02점, 복리후생 2.24점, 인간적 대우 2.66점 등으로 대부분이 최하위였다.
'진이 빠진다', '기진맥진해진다', '정서적으로 지친다', '기운이 빠진다' 등 정서 상태를 묻는 항목에서도 전공의는 다른 보건의료직종보다 월등히 '그렇다'라고 응답하며 열악한 근무조건에 노출돼 있음을 드러냈다.
직무 스트레스 호소도 역시 높아 '일을 그만둘 생각이 있다'거나 '끝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간호사 다음으로 높았다.
다만, 이러한 힘듦에도 불구하고 '장래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보건의료인력 중 가장 높았다.
대안으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의료기관이 직원 직무만족도를 향상시킬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직무만족도 평가지표와 직원들의 건강수준 평가지표를 개발해 정기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 노동자를 보호할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실효성 없는 과도한 친절 교육이 아닌, 환자·보호자 유형이나 과도한 요구에 따른 응대법, 스트레스나 우울증 대처방법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정노동의 핵심원인은 인력부족에 의한 과도한 업무량과 높은 업무강도에 있다며 충분한 인력확충과 업무분장, 정부의 철저한 근로감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선영 연구위원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7일까지 전공의,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사무직 등 보건의료산업 종사자 총 1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 부적합한 응답을 제외한 1525명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