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불법판매, 살충제 달걀 등 도마 위
태도 논란 류영진 처장, 야당 공세 넘겨
사실상 정맥주사제로 투여되는 한방 산삼약침의 안전성 문제가 여야 의원들의 우려를 샀다. 의약품 불법판매 사이트 차단 문제와 온라인 불법 의약품 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취임 초기 부적절한 답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류영진 식약처장의 국감 데뷔전도 관심을 모았다. 야당 의원들은 예상대로 류 처장의 식의약품 안전과 관련한 전문성 등을 매섭게 공격했지만 류 처장은 취임 초기와 달리 의원들과의 마찰은 피한 채 의원들의 지적을 경청했다. 비교적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선방했다는 평이다.
류 처장은 취임직후 열린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유럽과 달리) 살충제 계란은 우리에게 없다.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가 살충제 달걀 문제가 불거지자 사과했다. 이낙연 총리로부터 살충제 달걀 대응에 대한 질책을 받자 "총리님이 짜증을 냈다"고 말하거나 식약처의 일관되지 못한 대응에 대한 질타에는 "식약처가 아닌 언론이 오락가락한 것"이라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9월 터진 발암물질 검출 생리대 문제에 대해서도 이 총리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이 총리로부터 "제대로 답변을 못 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는 질책까지 받았다.
류영진 처장 향상된 대응력? 야당 의원 공세 모면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첫 질의부터 '용가리 과자'를 먹다 입원한 어린이의 병문안을 간 류 처장의 행태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질타했다. 해당 어린이는 질소과자인 용가리 과자를 먹다 위에 천공이 생겨 입원치료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류 처장의 말을 빌려 "아직도 언론이 류 처장 관련 논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느냐"며 최근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류 처장의 답변태도를 공격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류 처장이 국민 불신을 키웠다. 처장이 능력있고 소신있어야 하는데 한심한 상황이다"라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김순례 의원 역시 류 처장을 향해 "현안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류 처장을 겨냥했다.
류 처장은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제 불찰이다"라거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 "확인해서 답변드리겠다"며 마찰을 피해갔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질의 말미에 "적절한 답변으로 국감을 잘한 것 같아 여당 의원으로 칭찬하고 싶다"고 말해 류 처장은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관리 사각지대 산삼약침 안전성 이번만큼은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의 산삼약침 안전성에 대한 집요한 개선요구도 주목을 받았다.
박 의원은 산삼약침 주사기기를 직접 가져와 국감장에서 시연을 보여 산삼약침이 사실상 정맥주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정맥에 직접 투여되는 산삼약침의 안전관리가 청량음료인 '콜라'만큼도 못한 충격적인 현실을 알리며 식약처가 관리권한을 가져와 정맥주사제 수준의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13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도 산삼약침의 문제를 지적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산삼약침의 관리권을 식약처로 넘겨줘야 한다고 요구해 복지부의 답변을 받아냈다.
산삼약침이 최소한의 안전성 검사없이 정맥투여될 수 있는 이유는 현규정상 산삼약침을 한의사가 조제한 원내외탕전으로 보기 때문.
한의사가 조제한 탕전으로 산삼약침을 취급하다보니 관리주체도 식약처가 아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국이다. 박 의원은 사실상 생산공장에서 대량제조되는 산삼약침은 '한의사가 조제하는 약'이 아닌 '대량생산되는 정맥 주사제'라며 식약처가 일반 링거액처럼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역시 이날 산삼약침 사태에 대한 우려와 대책마련을 촉구해 산삼약침 관리대책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불법판매·거짓광고 늘었지만 고발건수는 역주행
불법 사이트나 온라인망을 통한 의약품 불법판매를 막기위한 대책 필요성도 지적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이같은 현황을 공개하고 식약처가 적극적인 사이트 차단과 고발 후속조치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1만3890곳의 의약품 판매 불법사이트를 적발했지만 사이트를 차단·삭제한 경우는 8866건, 고발·수사 의뢰는 19건에 불과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3년 1만8665건이던 의약품 불법판매 적발건수가 2014년 1만9649건, 2015년 2만2443건, 2016년 2만4928건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사이트 차단과 고발 의뢰 등 후속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발기부전치료제가 2만9917건으로 불법 판매 건수가 가장 많았다. 종합영양제가 9665건, 각성·흥분제 6046건, 발모제 3556건이 뒤를 이었다.
의료기기 거짓·과장광고가 최근 3년간 2.4배나 증가했지만 처벌 건수는 1/8로 줄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 따르면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 적발 건수가 최근 3년간 2240건으로 2.4배 증가했지만 고발·수사의뢰·행정처분은 2014년 47.4%보다 크게 감소한 6.8%로 역주행했다.
의료기기 거짓·과대 광고 적발 건수는 2014년 481건, 2015년 610건, 2016년 1149건이었고 2017년 상반기에만 886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광고는 2014년 312건, 2015년 331건, 2016년 766건으로 1409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63%에 달했다.
2017년은 상반기에만 701건이 적발돼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에 이미 육박하고 있다. 김광수 의원은 "거짓광고 적발업체에 대해 식약처의 대응이 안이하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식약처 퇴직자 산하 기관 임원으로...씁쓸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2010년 이후 조건부 허가 의약품은 48개였으며 이중 12개(25.0%)는 생산·수입액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2010년 이후 가장 오랜기간 생산이 되지 않는 제품은 ▲2013년 말초성 T세포 림프종(PTCL)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받은 세엘진의'이스토닥스10mg(로미뎁신)'였다.
▲2015년 멕키니스(0.5mg/2mg), 코텔릭(20mg), 트랜스라나(125mg/250mg/1000mg) 또한 생산액이 없었다.
자이델릭(100mg/150mg)은 허가받은 다음 해에 자진취소를 했다.
김상훈 의원은"식약처는 허가 전 수요조사와 시판후 공급계획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생산액이 없는 제품은 과감히 정비하라"고 주문했다.
식약처 퇴직자가 산하 6개 공공기관으로 대거 이직한 사실도 확인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해당 공공기관이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지정된 후 임용된 임원 18명 중 무려 11명(61%)이 식약처 출신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산하 공공기관은 식품안전정보원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