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진 지음/이야기가 있는 집 펴냄/1만 6000원
'법의탐적론(法醫探跡論·Medicolegal Pursuitgraphy)'에서는 고인이 남겨 놓은 유물이나 문헌 및 작품 등을 마치 시체를 부검하듯 '문건 부검(Book Autopsy)'을 통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진실을 밝혀나간다.
국내 법의학계 태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은퇴 이후 천착하고 있는 법의탐적론을 갈무리한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를 출간했다.
임상의학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학문이라면 법의학은 인간의 마지막 권리를 지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작품의 불가사의한 내용을 해명한 글과 그림'·'예술작품을 해부해 억울한 권리침해를 밝힐 수 있었던 글과 그림'·'예술작품 해부로 사인을 구명한 글과 그림'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풀어놓고 있다. '법의관 검시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예술작품 해부를 통한 죽은 이의 권리를 지키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평소에도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예술적 기교보다는 시대적 비판이 배어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명화들 가운데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표본이 되거나 사람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경고하고 인권 수호를 찬미하는 작품을 새긴다. 결국 이와 같은 새로운 접근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고, 훼손됐던 누군가의 권리를 회복시킨다.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안목이라 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 그 지식 정도의 차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제2의 창작행위가 된다. 예술작품을 법의학적 안목으로 분석해 인권의 침해 여부와 사인을 가려내는 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제2의 창작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 들머리와 마무리에 검시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죽은 이의 사인을 철저히 조사해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고 죽은 다음의 사후 인권을 지키는 노력까지도 선진 복지국가의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검시제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으며, 학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법의관 검시제도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책을 통해 예술작품을 문헌적으로 부검하는 과정에서 의학도·법과학도·예술학도·문필가 등에 의해 실용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검시제도 수립은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이 검시제도 필요성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의학, 예술작품의 불가사의를 해부하다(죽음 그 너머에 보이는 것/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들/병적 발작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의료계에 기여한 도스토옙스키/성장하는 엿어의 변화, 신비한 마미 브레인/사모화를 그린 세 명의 화가 동성애자가 되다/누다 베리타스, 여성의 나체에서 보는 진실/모든 것의 종말, 수평해지는 자연의 진리/죽음의 냄새가 전하는 메멘토 모리) ▲법의학, 예술작품 속 권리침해의 억울함을 가려내다(아름다움으로 희생된 여인과 스탕달 신드롬/200년간 간직된 한을 풀다…고야의 그림 속 모델 신원을 확인하라/마하의 신원 확인을 위한 법의학의 개입/배심원 재판의 모순…프리네와 채플린의 친자확인 사건/다위과 밧세바 사건 1·2·3/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사건의 진상…이성과 열정 사이 대학자의 굴욕/질투에 미치다/콘스탄체 모차르트는 과연 악처였을까)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여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그림을 통해 자살을 입증하다/반 고흐의 사망진단서/그림이 알려주는 클레오파트라 죽음의 진실/콜레라인가, 강요된 자살인가, 차이콥스키 죽음의 진실/조세핀의 제비꽃 향과 나폴레옹의 운명/모차르트 귀 기형의 원인과 죽음의 진실/예수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었을까/아름다움에 숨겨진 복수의 칼날/흑인의 손톱은 자라지 않는다?/헤보나 씨앗으로 야기된 햄릿의 비극)(☎ 02-6215-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