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정 구입했는데 393정 청구...불법 대체조제 '마술'

84정 구입했는데 393정 청구...불법 대체조제 '마술'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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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동의 없이 대체조제...'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정당
고등법원 1심 판결 취소...검찰, 약사법 위반 '무혐의' 처분

▲ 의사의 처방전 없이 대체조제를 한 약사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검사는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행정처분 사건을 맡은 1심 역시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업무정지 처분이 타당하다며 1심을 취소했다.
의사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1110원 짜리 A의약품 대신 595원 짜리 싼 B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고,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비싼 A의약품 약값을 받아낸 약사가 고등법원에서 덜미가 잡혔다.
 
서울고등법원은 C약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1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C약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는 63개 제약사가 '의약품유통관리종합센터'에 신고한 구매내역과 C약국의 구매량 및 청구량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현지조사 결과, 2009년 5월∼2012년 4월까지 3년 간 C약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사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30여개 약제 가운데 8개 약제를  대체조제를 했다고 판단했다. 불법 대체조제 규모는 요양급여비용 20억 1489만 원 중 1885만 원(월평균 52만 원, 부당비율 0.9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2013년 2월 18일 C약사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사전·사후 동의 없이 대체조제 투약하고, 수진자에게는 원외처방전대로 본인 일부 부담금을 징수한 후 원외처방전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확인서를 자필로 작성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필확인서와 부당비율을 토대로 10일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행정 처분과 별도로 의사·치과의사의 사전·사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대체조제한 약사법 위반에 관한 형사 고발 사건도 진행됐다. 
 
부산지방 검찰청 검사 직무대리는 약사법 위반 혐의 사실에 대해 "당시 작성한 확인서 내용과는 달리 어떠한 의약품을 어떻게 대체조제를 했다고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고, 단순히 의약품 매입과 사용량 차이만을 토대로 대체조제를 하지 않았나라는 식으로 고발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발장 이외 피의자가 대체조제를 했다는 입증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을 했다.
 
A약사는 처방전에 기재한 약제를 다른 약제로 대체조제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오프라캡슐(오메프라졸)의 경우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수량은 9230개임에 반해 원고가 구입한 수량은 1만 2556개여서 전체적으로 볼 때 구입한 수량이 급여비용 청구 수량을 초과하고 있고, 대체조제를 혐의사실로 하는 약사법 위반 사건에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약제들 전부를 다른 약제로 대체조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처분사유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고법 재판부는 "C약사는 2011년 2월까지 오프라캡슐을 전혀 구입하지 않았고, 2011년 3월에 84정을 구입했는데 2011년 3월 청구량은 393정에 이른다"면서 "309정은 1110원인 오프라캡슐 대신 593원인 바로메졸캡슐을 대체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는 피고의 조사자가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면 문제없도록 해 주겠다고 말해 확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의사의 동의 없는 대체조제 행위는 약사법 제95조 제1항에 의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인데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확인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법 재판부는 오프라캡슐 외에 D의약품은 8682정을 청구했음에도 구입량은 5000개에 그친 점, E의약품은 2685정을 청구했음에도 구입량은 1400정에 불과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피고가 산정한 총청구량·총구입량·월별 청구수량·부당청구금액 등의 계산 과정에 오류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법 재판부는  "C약사가 약제를 다른 약제로 대체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1심 판결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C약사는 고법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소해 최종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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