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 리처드 해밀턴의 개인전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전시실에서 2018년 1월 21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전은 아시아에서는 처음 여는 리처드 해밀턴 개인전이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으로 대변되는 1960년대 미국 팝아트와 달리, 영국의 팝아트는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소비주의 사회의 등장과 함께 이미 1950년대로부터 시작됐으며 그 필두에 바로 리처드 해밀턴이 있었다.
2011년 그가 죽은 후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팝아트의 기원을 일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리처드 해밀턴은 20세기 중반부터 새로운 관념과 시각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해 낸 영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다.
현대 사회의 대량 생산 이미지에 매료된 작가는 인간 욕망의 생성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재생산과 그 작동 방식에 주목했다. 작가는 동일한 이미지와 주제를 지속적으로 재해석해 일련의 작품들로 재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끝없는 탐구와 실험을 통해 이미지와 기술적 방식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밀턴의 연작은 각각의 이미지와 그 의미들이 갖는 본질에 대한 작가의 탐색 과정이 누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궤적을 살피는데 있어 특별한 유형을 제시한다.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전은 그의 총체적 작업에 대한 서사적 회고전이기보다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60년의 시간에 대한 일종의 클로즈업처럼 작가의 특정 작품군 또는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꽃, 그리고 팝스타와 정치범까지 전시에 선별된 연작들의 소재와 주제는 광범위하다. 약물 소지 혐의로 체포되는 록큰롤 스타 믹 재거, 아일랜드 공화국군 수감자들의 감방 내 시위 모습, 납치되는 순간의 이스라엘 핵 연구원 등 신문 지면에서 차용한 이미지는 수십 년간 작가의 작품 소재가 됐다. 토스터·진공청소기·냉장고 등 가정용 전자제품의 잡지광고 이미지 또한 작가를 매혹시킨 소재로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강박에 가깝게 천착한 이 같은 주제들은 반복과 재해석이라는 방식을 통해 그 이면의 사회를 대변하는'복합적인 장치'로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의 비판적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확장해 온 리처드 해밀턴의 다층적인 작업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이번 전시와 함께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도록도 함께 발간했다. 작가의 연작을 세밀하게 탐구한 미술계 석학 앤드류 윌슨(테이트 브리튼 선임 큐레이터)과 디클런 맥고너글(아일랜드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 해밀턴의 작품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해밀턴이 남긴 원고 열 세편이 수록돼 있어 사회와 작품에 대한 그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