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CT 설치한 취약지 병원 "걸면 다 걸린다"

[집중취재]CT 설치한 취약지 병원 "걸면 다 걸린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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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비전속 전문의' 출근 여부 따져 급여비 환수·업무정지 처분
의료영상품질관리원 매년 검사...온라인 시대 뒤떨어진 지침 바꿔야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요양급여 환수결정 처분 최소 소송에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현장을 방문,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하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요양급여 환수결정 처분 최소 소송에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현장을 방문,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하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에 무게를 실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대부분 '비전속'으로 컴퓨터 단층 촬영 장치(CT)와 유방촬영용장치(mammography) 등 특수의료장비를 가동하고 있는 취약지 병원에 비상등이 커졌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경남 A군에 있는 B의료법인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환수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B병원과 계약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실제 B병원을 방문, 현장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현행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인력기준)에서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운용 인력기준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속 1명 이상·방사선사 전속 1명 이상을, CT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방사선사 전속 1명 이상을, 유방촬영용장치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비전속 방사선사 1명 이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전속은 주 4일(32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규정했으나 비전속은 근무시간을 규정하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 내부 공무원이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운영지침(특수의료장비 운영지침)'에서 비전속을 '최소 주1회 이상 근무'로 규정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B병원을 방문확인한 결과,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신고한 C씨가 주 1회 이상 근무하지 않은 채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하지 않았음에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며 2억 9099만 원을 환수 처분(제1처분)했다.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하지 않은 채 판독료를 청구했다며 3730만 원을 환수 처분(제2처분)하고, 상근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어 이학요법료를 청구할 수 없는데도 요양급여비를 청구했다며 61만 원을 환수 처분(제3처분)했다.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에 대해 B병원은 C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매달 300∼4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임상영상 판독 등의 임무를 수행했으므로 제1처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C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판독소견서를 작성했으므로 제2처분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비전속' 인정 여부에 대해 "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요구하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주 1회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하거나 감독하고, 영상화질을 평가하며 임상영상을 판독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판례(2015누33983)를 들어 근무 시간 및 형태보다는 의료영상 품질관리 총괄 감독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C영상의학과 전문의가 B병원에 전혀 출근하지 않은 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통해 전송된 영상을 판독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상판독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은 점,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과 영상화질 평가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적은 없는 점, 환자 테이블의 이동 간격 정확도 시험·관전압 시험·관전류 시험·표준팬텀의 요건 및 표준팬텀 촬영조건 등에 관해 알지 못한 채 도장을 날인한 점 등을 들어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감독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제1처분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2처분에 대해서는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작성 방법 및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점, 영상진단 판독소견서는 영상진단을 실시한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에 따른 판독결과를 기재하는 것이므로 판독소견서에 어떠한 내용을 기재할 것인지 여부도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B영상의학과 전문의가 Findings란에 아무런 기재없이 Conclusion란에만 기재한 경우도 있으나 기재할 내용과 동일한 경우여서 생략한 것에 불과한 점, 영상진단 판독소견서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진단을 의뢰한 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므로 Findings란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더라도 이로 인해 별다른 문제가 생긴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보건복지부도 판독소견서에 소견을 생략하고 결론만을 기재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으므로 소견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들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제1처분에 대해서만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B의료법인은 비전속 전문의가 영상판독 과정에서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경우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개선을 지시하고, 그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개별 영상판독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업무협조에 불과하다"면서 "정기적·일반적으로 특수의료장비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총괄 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건보공단의 제1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고법 판결에 대해 B병원은 대법원(2017두71727)에 상소했으나 2018년 3월 15일 심리불속행 기각, 원심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비전속' 전문의 규정 '의료취약지' 현실 외면
"매주 1회 취약지 출근하는 전문의  없어..."

CT를 설치한 병원과 계약을 맺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환자 테이블 이동간격 정확도, 임상 영상, 팬텀 영상 등의 업무를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CT를 설치한 병원과 계약을 맺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환자 테이블 이동간격 정확도, 임상 영상, 팬텀 영상 등의 업무를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pixabay>

인구 3만 명 안팎의 의료취약지에 CT나 유방촬영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비전속' 계약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시골병원을 방문해 현장에서 총괄 감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 1만 8905명 섬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의 경우 유일하게 CT를 보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특수의료장비 운영지침'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인천광역시의료원에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가 매주 한 번 정기적으로 배편을 이용해  5시간 가량 걸리는 백령도를 방문,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해야 한다.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농촌지역에 자리한 D병원도 관내에서 유일하게 CT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수도권 종합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비전속 전문의 계약을 체결했다. 

D병원 관계자는 "비전속 계약은 체결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면서 "서울에서 자동차로 왕복 6시간 넘게 걸리는 데다 눈이 쌓이는 겨울이면 도로 사정마저 좋지 않아 정기적인 방문 점검은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지적했다.

인구 3만 명 안팎의 의료 취약지역에서 CT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 양구군·인제군, 경남 의령군, 경북 청송군, 전남 구례군·곡성군·진도군, 전북 진안군·무주군·임실군·순창군 등이다. 

대부분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1주일 마다 현장을 방문해 품질 관리를 총괄업무를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농어촌 지역의 영상의학 분야 접근성은 낮은 실정이다.

상주 인구 2만 7000명에다 3만 5000여명의 군인이 근무하는 화천군의 경우 매년 150만 명 가량이 산천어축제를 방문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의료기관에 단 한 대의 CT 조차 없는 실정이다. 

강원도 양양군·고성군, 경북 영양군·군위군, 전북 장수군, 충북 단양군 등의 지역병원에도 CT가 없다보니 정밀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도시에 나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차적인 이유는 영상의학전문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 

국가통계포털이 집계한 2017년 6월 현재 특수의료장비 현황을 보면 CT 1952개, MRI 1474개, 유방촬영장치 3010개 등 6436개에 달한다.

국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총 3500여명.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60%(2100명)가 근무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대부분이 대도시 종합병원에 근무하거나 개원하고 있어 취약지 병원이나 의원급에서 영상의학과 전속 전문의나 비전속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 1회 이상 비전속 영상의학과 근무를 규정하고 있는 '특수의료장비 운영지침'은 현실에서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업무편의를 위해 마련한 내부지침임에도 현지방문이나 현지조사 때 이를 내세워 단속과 환수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법원은 "주1회 근무를 규정한 '특수의료장비 운영지침'은 상위 법령의 위임없이 보건복지부가 담당 공무원의 업무처리 편의를 위해 마련한 것에 불과해 법규로서 효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환수 처분서에는 주1회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심재윤 원장(경기 양평·하나로의원)은 "매주 1회 출근하고 영상품질 및 화질을 관리감독 해야 한다는 규정은 과거에 필름으로 영상을 찍고 현상하여 걸어놓고 판독을 했을 당시에는 필요했을지 모르나 요즘에는 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PACS)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의료영상 품질관리원에서 1년마다 서류검사를, 3년마다 정기검사를 통해 특수의료장비 의료영상 품질관리 및 영상화질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현실에 맞게 실정과는 동떨어진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고,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일부 수용, 2017년 8월 유방촬영용장치 운용인력 기준에 관한 지침을 '주 1회 근무'에서 '분기별 1회 방문근무'로 조정하고, 의료기관에 전속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관수를 2개에서 5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CT의 경우에는 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2개 의료기관에 비전속 전문의로 활동할 수 있다. 어떤 기관에서도 속하지 않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최대 6곳까지 비전속 계약을 맺어 품질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 운영인력 지원시스템(http://match.radiology.or.kr/)을 개설, 지역을 안배해 영상의학과 비전속 전문의를 매칭하는 지원책을 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상반기에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시행규칙)'을 개정, 대한영상의학회가 운영하는 품질관리교육을 이수한 병원 상근 의사(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대체해 품질관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개선안에는 유방촬영장치에 관해 언급하고 있을뿐 CT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개선안을 밝히지 않고 있어 CT를 설치한 상당수 취약지 병원들이 환수와 행정 처분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CT 운용인력 기준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이 비전속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을 뿐, 비개업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영상의학과 개원의도 비전속 전문의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례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보건복지부 시행규칙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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