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제한 30년 확대 무산, 기존대로 10년 한정
"헌재 위헌 결정 반영 다행...의료 특수성 감안해야"
성범죄자의 취업을 최대 30년간 제한하는 법률 개정이 무산된데 대해 의료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취업 제한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반영돼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취업제한 상한 10년으로 기존법 유지 ▲법관이 10년 상한의 범위에서 취업제한 기간 개별심사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등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취업 제한 명령 예외(취업 제한 예외 규정 부활) 등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일 "헌재 결정을 왜곡시키지 않고 존중한 결과물이며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3월 범죄의 경중, 재범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토록 한 아청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성범죄 사건 판결과 동시에 최대 30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함께 선고하도록 규정하는 개정안을 2016년 11월 국회에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여가부 개정안에 대해 의협은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법심사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특히 의료영역에서 정당한 의료행위와 성범죄의 객관적 구별이 쉽지 않아, 의료인이 정당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주관적 수치심 등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벌금형 등 유죄의 판단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의 방어진료가 초래될 수 있고 결국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반드시 예외사유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의 지적에 따라 이번에 개정된 아청법에는 '판결과 동시에 필요적 취업제한을 선고하되,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신설됐다. 취업제한 기간도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또 취업 제한 기간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취업 제한을 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취업 제한 기간의 변경 또는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새로 마련됐다.
의협은 개정된 아청법이 여성가족부 발의안보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을 존중한 것에는 긍정적 입장을 표하면서 앞으로 각 직업별 상황, 특히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해 의료현장에서 뜻하지 않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원이 적절히 적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료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요소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취업제한의 제재를 최대 30년까지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관철시키는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불합리한 악법을 저지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하지만, 앞으로 법원의 취업제한 선고에서 재범위험성, 의료현장의 특수성 등 예외사유 적용을 신중히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