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 기소
식약처 제조·판매 허가받지 않고 집에서 한방 소화제 제조·판매
검찰이 극단적인 자연치유법으로 논란을 일으킨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 운영자인 A한의사를 기소, 법정 심판대에 세우기로 했다. 2017년 5월 16일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 경찰청에 아동학대 혐의를 수사해 달라며 안아키 카페 운영자를 신고한 지 8개월 만에 검찰 기소가 이뤄진 것.
대구지방검찰청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창수)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A한의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A한의사 등을 수사한 끝에 2017년 11월 약사법·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대구지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조업 허가나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약품을 만들어 판매한 데 대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부정 식품·부정 의약품 제조 금액이 소매가격으로 연간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과 함께 제품가격의 2∼5배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 결과, A한의사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10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과 안아키 카페에서 활성탄 숯가루를 개당 1만 4000원에 구입해 해독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며 개당 2만 8000원에 489개(시가 1369만 원 상당)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6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조업 허가나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집에서 창출·대황·귤피·신곡 등 9가지 한약재를 발효시켜 만든 한방 소화제(능소화)를 카페 회원들에게 개당 3만 원을 받고 파는 등 모두 287차례에 걸쳐 549개(시가 1647만 원 상당)를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의약품을 제조하고자 할 경우에는 우수의약품관리기준(KGMP)을 갖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조·판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A한의사의 남편 B씨에 대해서도 숯으로 만든 활성탄 제품 판매를 방조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방조)로 불구속 기소하고, A한의사에게 활성탄 제품을 공급한 제조업자 C씨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C씨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숯가마 찜질방에서 사들인 숯으로 만든 활성탄 1만 4665㎏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식품인 것처럼 인터넷 등에 허위광고, 약 5억 4000만 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A한의사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어린이에게 숯가루를 먹으라고 처방해 상태를 악화시켰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안아키법)을 발의했다.
안아키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예방접종을 끝내지 못한 영유아·학생의 부모에게 이를 통보하고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거부할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예방접종이나 진료를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의 행위는 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의 건강은 물론 같은 어린이집 등에서 생활하는 다른 아동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안아키법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지 않은 비정상적이고 실험적인 치료행위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안아키 사건을 교훈삼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홍보하거나 광고하지 못하도록 사전심의를 강화하고, 근거 없는 치료법에 동조해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방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