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작심 질문에 후보들 진땀뺀 대전 토론회

패널 작심 질문에 후보들 진땀뺀 대전 토론회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03.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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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사회 8일 합동토론회 파격 운영 눈길
후보들 '질문 아프지만 이 기회에 해명' 대응

대전광역시의사회가 8일 주최한 의협회장 후보 합동토론회
대전광역시의사회가 8일 주최한 의협회장 후보 합동토론회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후보 6명은 대전광역시의사회가 8일 주최한 후보 합동토론회에 나서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날 패널로 나선 이중화 대전시의사회 전 부회장과 정태성 전 대전시 중구의사회장은 토론회 직전 "후보들이 기분 나쁠 수 있는 곤혹스러운 질문을 할 것"이라며 미리 양해를 구해 만만치 않은 토론회가 예상됐다. 때때로 후보들은 패널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평가나 소문에 대해 해명하면서 질문 공세를 헤쳐나갔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앞서 열린 합동토론회와 차별화하기 위해 이날 정견 발표와 후보간 질의를 생략한 채 패널이 각 후보에게 3가지 질문을 던지는 나름 파격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추무진 후보(기호1번)는 두번의 불신임 상정과 카리스마 부족, '무추진'으로 불렸을 정도로 임기 중 내세울 업적이 없다는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에 추 후보는 "두번의 불신임 상정 모두 불신임 요건이 아니었으며 대의원이 표결과 불참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대답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내 목소리를 낮추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양한 직역과 지역·세대의 목소리를 취합해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고 항변했다.

"임기 중  3%의 수가인상을 연속적으로 해냈고 노인정액제를 개선했으며 행정처분 시효를 한정하고 15년 만에 차등수가제를 폐지했다"며 공세를 차단했다. "회원이 원하는 것을 회장으로 실행했다"며 "(임기 중 업적에 대해) 감히 회원의 평가를 받아보기 위해 출마했다"고 덧붙였다. "회원이 직접 뽑은 회장을 일부 대의원이 불신임할 순 없다"며 두 차례 불신임안 상정에 대한 부당함을 부각하기도 했다.

출마 후보 중 가장 젊은 기동훈 후보(기호2번)에게는 경륜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공세가 이어졌다. 이에 기동훈 후보는 "젊은 것은 장점"이라며 의협과 의료계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닌 회원을 섬기는 자리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 전 회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훌륭한 선배들을 캠프로 모셔 조언을 듣고 있고 전공의와 공보의 대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쌓은 경험이 적지않다"고도 대답했다.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회원에게도 회장 선거권을 주자는 공약이 정의롭지 않다는 지적에는 "당선된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회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3·4만명의 지지를 선거에서 받아야 하지만 불과 3000·4000표로 회장이 뽑혀 한계가 있다"는 '선거권 확대 불가피론'을 펼쳤다. 선거 중간에 특정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끝까지 나의 길을 갈 것"이라며 부인했다.

최대집 후보(기호3번)에게는 투쟁 일변도의 회무 운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에 최대집 후보는 "진료에만 전념해야 하는 의사가 야만적인 시대를 살다보니 투쟁이라는 업보를 하나 더 지게됐다"며 "매우 안타깝지만 시대적인 업보에 대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만 "의료를 멈추는 것은 최후의 카드로 그 전에 의사표현을 집단적으로 할 수 있는 단계적인 전략이 있다"며 "의사총파업은 마지막 수단인만큼 모든 단계의 투쟁과 함께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쟁력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협상을 하려면 협상을 뒷받침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쟁과 협상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투쟁력이 있어야 협상력이 생기며 투쟁력이 없으면 협상력이 생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투쟁하는 것이지 투쟁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투쟁일변도라는 시각을 반박했다.

임수흠 후보(기호4번)는 당선되면 집행부가 출범할 때 임시 기구 성격의 비대위를 설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임 후보는 "문재인케어나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 등 통상적인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사안이 발생할때마다 집행부를 투쟁모드로 전환하는 것 보다 미리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에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막기보다 시행된 후 부작용을 드러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정부는 입맛에 맞는 통계로 국민을 오도하고 의료계에 재정절감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체외충격파 비급여 유지 공약에 대해서는 "체외충격파 가격이 최소 1천만원에서 최고 2억으로 다양하고 비급여 수가도 병원마다 다르다"며 "누가, 어떤 기기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비용을 일률적인 가격으로 급여하겠다는 것 자체가 허구"라며 문재인케어를 반박했다.

의협회장 합동토론회 전경
의협회장 합동토론회 전경

투쟁 중 회원 보호안을 묻는 질의에 김숙희 후보(기호5번)는 "투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회원은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며 지난 2000년 의권쟁취 투쟁에서 면허를 뺏긴 회원을 위한 지원금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꼽았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된다면 정말 의료를 멈춰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라며 강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특히 "동의보감과 한방은 의료가 아닌 그저 문화유산일 뿐"이라며 "제대로된 한방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과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의 발전과 관련해 "닥쳐올 미래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의협이 빅데이터를 가져야 살아남는 것은 물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민 후보(기호6번)는 "민간 의료기관이 9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징발해 마구 쓰고 있다"며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철폐를 통해 관치의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집행부에서 정책이사와 의료정책연구소장을 맡는 등 권력지향형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 해야 할 역할을 맡았다"고 항변했다. "늘 투쟁현장에 있었고 아직도 가슴 속에 투쟁 유전자가 살아꿈틀댄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의협 회무에 참여하며 익힌 경륜을 더해 투쟁력이 강하면서 다듬어진 안전감있는 회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한방에 대해서도 "한의사들도 한의학이 과학화할 수 없다는 걸 잘안다"며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잘 알려 제대로 한방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의미하는 문재인케어는 곧 국민에게 재앙이며 위험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선자가 되면 다른 후보를 삼고초려를 해 쓸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후보 대부분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최대집 후보는 "추무진 현 집행부와는 철저히 결별할 것"이라고 말하고 "경륜과 능력이 있더라도 정책과 노선이 다르다면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숙희 후보는 "임수흠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숙희 후보가 모 의대와 밀약을 맺고 당선을 전제로 의협 내 자리를 약속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며 주장의 근거와 사과를 요구해 한때 분위기가 경직되기도 했다. 이에 임수흠 후보는 "단지 그런 의혹이 있어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 사과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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