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분석·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 환자안전 수준 높여야
환자안전 인식 전환·종합적 환자안전관리 대책 마련 촉구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귀한 생명이 태어나서 부모의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한 채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의료인에게 주어진 책임감이 막중함을 느끼게 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자안전의 향상을 위한 학회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병원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류에 취약하다"고 밝힌 학회는 "병원과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 선진국에서도 환자안전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내과계 중환자실 환자 일평균 1.7건의 오류가 발생했고, 이 중 29%는 환자에게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입원환자 중 예방할 수 있는 환자안전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4만 4000∼9만 8000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전했다.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체계 개선도 촉구했다.
학회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의 환자안전 문제 중 밖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을 계기로 환자안전 사건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환자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체계적인 원인 분석·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환자안전에는 환자 특성·업무 및 기술·의료진 개인·팀·작업환경·조직 및 경영·제도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학회는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에 대한 개인적인 문책보다는 여러 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시스템 개선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안전법을 개정,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항을 추가할 것을 건의했다.
환자안전 사건 보고 활성화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5년 1월 28일 제정한 환자안전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환자안전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보고학습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힌 학회는 "자율보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보고율이 낮은 실정"이라며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환자안전 사건을 보고하고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환자안전 개선활동 문서(Patient Safety Work Products)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 사건 원활한 의사소통
"환자안전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과 환자 또는 보호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학회는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환자에 대한 유감, 공감, 위로 또는 사과의 표시가 의료분쟁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됨을 우려해 환자 측과 직접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환자 측은 의료진에게 배신감·분노 등을 경험하게 된다"면서 "이번 사건도 초기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면, 환자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현재와 같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환자안전사건에 대한 의사소통 지침을 제정하고, 의료기관 내부 규정화와 소통 방법에 대한 교육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함께 공감하기' 캠페인과 환자안전 사건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사과법(apology law) 조항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안전 피해자 심리적 지원
학회는 제2의 피해자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심리적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도 제안했다.
"환자안전 사건이 발생하면 환자와 친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의료진 또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에 당황함·죄책감·분노·무력감 등을 느끼며,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제2의 피해자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 학회는 "이번 사건에서도 환자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엄청난 크기의 심리적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적절한 심리적·사회적 지원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환자안전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비난하거나 문책하기보다는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환자안전 사건의 재발 방지와 지속적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족들의 큰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드린다"고 밝힌 학회는 "이번 사건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유족의 고귀한 뜻을 살려 우리나라 환자안전 수준을 높이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