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씻고 희망 결실 맺자 한 뜻
의권투쟁 과정에서 싹튼 내홍과 각 직역·세대간의 갈등으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의료계가 '5·31 임총'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4월 정총 이후 한달만에 임총을 다시 열게 된 배경에는 지난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 처리된 '정관개정안'과 '2003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재심의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었지만, 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가부 결정을 떠나 회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과거와는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단행하고 있는 진료비 삭감 행태에 대해 의협이 투쟁기구를 부활시켜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점차 냉각되고 있는 의·정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의협 3층 동아홀에서 열린 임총에는 정관개정안 처리를 위한 정족수 데드 라인인 161명을 무려 10명을 초과한 171명이 참석, 대의원들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 정관개정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재적 대의원(241명)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가능한데, 정족수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그동안 경험했던 정관개정 작업을 떠올리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임총에 앞서 같은날 오후 2시에 열린 법령 및 정관개정심의분과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상정된 안건은 '회원자격유지'에 관한 사항 등 모두 4개 조항. 이 중 신설조항(의협정관 제9조2)인 '회원자격유지'에 관한 사항은 첫번째 심사 대상에 올라 별다른 이의없이 대의원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 이에 따라 의권투쟁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재정 의협 회장 등 당시 핵심 지도부는 물론, 앞으로 의협의 회무와 연관된 일로 면허가 취소됐을 경우에도 의협 상임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회원의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신설조항이 마련됨에 따라 의협은 향후 대정부 투쟁시 회원들로부터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
○…또 현행 3명 이내의 상근 임원수를 상근부회장 1명에 상근이사 4명 이내로 늘리자는 안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출석 대의원 171명 중 166명이 '상근임원수 증원안'에 찬성표를 던져 김재정 새 집행부에 힘을 실었다. 이어 '20일전'에 소집공고를 내도록 돼 있는 대의원총회 관련 규정을'30일전'으로 개정하는 방안과, 윤리위원회의 징계처분 결정사항을 의협신보에 공고해야 한다는 현행 '강제규정'을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임의규정'으로 바꾸는데 대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회비동결을 전제로 집행부가 재편성한 2003년도 고유사업 부분에 대한 사업계획 및 예산안은 지난달 24일 예결소위원회의 1차 논의를 거쳐 임총 본회의에 상정, 97억5,149만원 규모의 예산안을 최종 승인. 의협은 올해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제도개혁'을 기치로 잘못된 의료제도와 법규정을 정비해 나가는 동시에 대국민 의사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
○…이번 임총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처방전 발행매수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임총은 결의문을 통해 "처방전 발행매수를 1+α로 축소할 것" 을 정부측에 요구했으며, "의사에 대한 일방적 매도와 진료권 침해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의쟁투를 재정비하여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 고 천명했다. 김재정 의협회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을 꼭 지키겠다" 며 "의사만 옥죄이는 잘못된 정책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는 분명한 태도를 취함에 따라 향후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총 정원 241명 중 171명이 참석, 정관개정안과 예산안을 무리없이 처리해 낸 의협 대의원회는 분명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새 집행부에 큰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김재정 집행부도 전 회원의 적극적인 성원을 바탕으로 그들이 품고 있는 기대와 희망을 결실로 만들어가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임총을 계기로 전 회원이 다시 하나가 되어 회원의 권익과 국민건강을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단체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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