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전문협의체 구축 촉구..."질 높은 교육, 건보재정·사회적 비용 절감"
"교육 내용·질 평가·적정 수가 결정 통로"...개원가 "교육의사 자격제한·인증의 반대"
당뇨환자 관리에서 약물요법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뇨 치료 전문가는 물론 환자단체와 정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전문협의체를 구성해 효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절한 교육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 그에 따른 적절한 수가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당뇨 관리에서 약물요법 이상의 효과가 있는 교육·상담에 참여하는 환자가 20% 수준에 불과해, 당뇨합병증 증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 사회적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대한당뇨병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당뇨병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 등 관련 전문가들은 당뇨병 교육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류옥현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외 당뇨병 관리 현황을 소개하고 당뇨 관리를 위한 교육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 협의체 구축을 촉구했다.
류 교수는 적절한 당뇨병 교육이 당뇨 관리 효과에 탁월함에도 국내 당뇨환자 중 교육·상담을 받는 환자가 2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각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당뇨교육 질 역시 천차만별로 교육·상담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탄식했다.
특히 "당뇨 관리를 위한 교육·상담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상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의사들이 교육·상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 참여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뇨 관리를 위한 교육·상담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 구성, 적절한 교육·상담, 교육·상담 질 평가, 적정 수가 보상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이런 수준 높은 당뇨 교육·상담체계 운영을 위한 전문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성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보험이사는 당뇨 관리에서 교육·상담 중요성에 공감하고, 당뇨의 적절한 관리가 건강보험 재정과 국가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이사는 "당뇨환자가 합병증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환자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교육·상담이 필수적이지만 적절한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의사가 충분한 교육·상담을 진행하려 해도 적절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지속해서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당뇨 교육·상담이 적절히 이뤄지면 합병증 발생률이 줄어들어 건보재정 누수를 막고, 노동 능력 상실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 수가와 환자 본인부담의 합리적 결정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조 이사는 "환자의 상태와 환경에 따른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그에 따른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환자 본인부담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게 해야 체계가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면서 "특히 환자 본인부담을 너무 낮게 정해도 도덕적 해이에 따라 교육·상담 참여율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종웅 개원내과의사회장은 "전문협의체의 포괄적 구성과 교육 내용, 대상,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이 꼭 필요하다. 특히 환자단체의 의견은 꼭 들어서 반영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 간 교육 내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 부적절한 관리법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히 당뇨 교육·상담에서 의대 교수와 비교해 개원의의 전문성을 평가절하하는 사회 일각의 시각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 개원의들은 대부분 전문의 자격이 있다. 그리고 매년 연수교육을 통해 새로운 진료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뇨 교육·상담을 위해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다거나 인증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절대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외에도 김종화 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 채현욱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보건이사, 이정림 병원당뇨병교육간호사회장, 임정현 대한당뇨병교육영양사회 회장 등도 전문협의체 구성에 따른 당뇨 교육·상담 표준화와 적정 수가 보상 의견에 공감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뇨 교육·상담을 위한 표준화된 프로그램과 적절한 평가제도, 그에 따른 보상체계 마련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문협의체 구성·운영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진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당뇨를 포함한 만성질환관리 수가관리사업, 지역사회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당뇨 등에 대한 교육 내용과 체계의 심화성이 부족했다고 판단된다"면서 "질병과 생활습관 교육, 초기 교육, 주기적 교육, 점검 차원의 심화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전문가와 연구를 통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려 하지만 실제 일차의료기관의 서비스 수행 가능성에는 현실적으로 의문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학회와 개원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전문협의체 구성은 관련 단체의 원활한 소통 구조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문협의체 구성은 장기적 과제라고 판단되면,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당뇨 교육의 정의, 범위, 내용, 대상, 주체 등 부분을 계속 확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만성질환 수가관리사업과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당뇨를 포함한 만성질환 관리 모델을 검토하고, 적절성에 논란은 있지만 수가 보상체계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