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협의회, 중환자 안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성명
"비현실적인 규제 중단하고 재정적·제도적 지원 즉각 착수하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환자 안전에 투자하지 않고 의료비 절감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며 법적인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병원 봉직의 대표 모임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중환자 안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성명서에서 협의회는 "최근 이국종 교수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등으로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후속 정책은 저비용 고효율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려 하거나 환자 진료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의료인 개개인의 일방적이고 조건 없는 봉사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사회는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환자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의사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전공의에 국한되지만, 의사의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을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전공의법에도 주 80시간의 고강도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병원뿐 아니라 대학병원까지 대다수 전문의가 아무런 법적 보호장치 없이 24시간 주 7일을 근무하고 있고 그나마 법적 보호가 있는 전공의조차 노동법상 최대 근무시간을 웃도는 주당 80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의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은 바로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다"며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지원이나 규제에 앞서 충분한 수의 숙련된 전문의가 최상의 상태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고 그런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를 금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협의회는 특별법의 내용으로 ▲중환자실·내과·외과 등 병동 난이도에 따라 적정 전문의 수를 확보한 의료 기관에서만 해당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 ▲적정 전문의 수 계산에 있어 각 전문의의 근무시간은 온콜 포함 최장 주 52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라 ▲실제로 응급환자의 처치 능력이 없는 한의사를 병원 당직 체계에 산정하는 현행 당직 규정을 철폐하라 등을 주장했다.
끝으로 협의회는 "정부는 허울뿐인 지원과 비현실적인 규제를 중단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정적·제도적 지원안 마련에 즉각 착수하길 바란다"며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병원 내 사고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하며 성명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