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영양제 투여 전 이미 패혈증 초기"

"지질영양제 투여 전 이미 패혈증 초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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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역학조사 보고서 분석...4명 중 3명 이미 증상 보여
바른의료연구소 "부실한 역학조사로 기소"...질본·경찰 주장 반박

P3 환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신생아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이전부터 패혈증 증상이 발생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P3 환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신생아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이전부터 패혈증 증상이 발생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중 3명이 지질영양제 투여 전 이미 패혈증 초기 증상을 보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지질영양제 투여 후 패혈증이 발생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정면으로 뒤집는 분석결과에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는 18일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대한 반론'을 통해 "질본이 공개한 역학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명 중 3명의 사망 환아에서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했다"면서 "패혈증 발생시점은 '패혈증 초기'가 아닌 패혈증이 상당히 진행한 '패혈성 쇼크' 상태였다"고 밝혔다.

'환아들에게 주입된 지질영양제가 패혈증의 원인'이라는 질본과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른의료연구소는 "경찰의 수사 과정과 질본의 역학조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부실한 결과물로 의료진들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본과 경찰은 "환아 4명의 사후 혈액 배양검사에서 동일한 유전자 지문을 가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시트로박터균)이 공통적으로 검출됐다"면서 "이 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사망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트로박터 패혈증은 2017년 12월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된 지질영양제(SMOF lipid)가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돼 발생했으며,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질본은 역학조사 보고서를 통해 4명의 사망 환아들은 12월 15일까지 임상경과가 양호했으나,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 16일 새벽부터 생체징후 변화를 보였고, 이후 임상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오후 9시 32분∼10시53분 사이에 사망했다고 밝혔다(표 2, 3). 이는 지질영양제의 균 오염이 신생아 패혈증의 원인이라는 질본의 주장을 강력히 지지하는 근거가 됐다.

신생아 패혈증 때 나타날 수 있는 임사징후.
신생아 패혈증 때 나타날 수 있는 임상징후.

패혈증 초기에는 의심할 만한 징후들이 있다가 장기기능 부전과 혈압과 맥박이 급격히 감소하는 쇼크 상태로 진행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패혈증 발생시점은 중증 패혈증이나 패혈성 쇼크 단계가 아니라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패혈증 초기"라면서 "역학조사 보고서에서는 4명 중 3명의 환아에서 패혈증 초기 시점이 아닌 이미 패혈증이 상당히 진행된 '패혈성 쇼크 상태'를 패혈증 발생시점으로 잘못 인지했다"고 짚었다.

질본이 '패혈성 쇼크 상태'를 '패혈증 발생시점'으로 잘못 인지한 데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본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 것은 생체징후(vital sign)의 변화를 패혈증 발생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라며 "지질영양제와 패혈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한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더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본은 패혈증 초기증상을 간과하고 패혈증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패혈성 쇼크의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지질영양제와의 인과관계를 주장했다"면서 "패혈증 초기증상이 지질영양제 투여 이전에 발생했다면 지질영양제와 패혈증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패혈증 발생 시간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P1 환아는 15일 오전 9시경 복부팽만이 계속됐고, 16일 15시에는 복부팽만이 악화됐다"면서 "복부팽만은 신생아 패혈증 초기 징후로 볼 수 있고, 심박수가 분당 78회로 감소한 16일 14시 5분은 생체징후가 변화한 시점이 아니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분석했다.

또 P2 환아의 경우에는 흉골 함몰이 나타난 15일 10시 15분을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판단했으며, 혈압이 80/49 mmHg로 저하된 16일 15시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으로 추정했다.

P3 환아는 체온이 37.8℃로 상승한 16일 4시 15분을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심박수가 감소한 16일 18시를 패혈성 쇼크 시점으로 판단했다.

P4 환아의 경우에는 복부둘레가 0.5cm 증가하고 산소포화도가 저하된 15일 오전 6시를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추정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9시 40분 흉골함몰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이러한 추정이 타당하다"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 16일 13시가 패혈성 쇼크 가 발생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P3 환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환아는 '패혈증 초기' 의심 증상은 지질영양제 투여 시점보다 6시간 45분에서 14시간에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질영양제가 신생아 패혈증의 원인이라면 당연히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해야만 인과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시간적 속발성을 충족한다"면서 "패혈증 초기증상 발생 이후에 투여된 지질영양제는 환아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한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환아별 지질영양제와 패혈증 발생과의 시간적 선후 관계.
환아별 지질영양제와 패혈증 발생과의 시간적 선후 관계.

이에 앞서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본과 경찰이 형사처벌의 사유로 문제 삼은 분주 관행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부당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인터넷 의협신문 2018년 4월 5일자).

또 수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채택한 지질영양제가 4명 중 단 1명의 환아에게 투여된 것이며, 그마저도 폐기물통에서 수거해 사후 오염가능성이 높은 검체이므로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점도 짚어냈다(2018년 5월 2일자).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본이 역학적 인과성 입증을 위해 적용한 힐의 기준을 잘못 적용하고, 힐 기준조차도  충족하지 않았으며, 중심정맥관 끝부분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역학조사 과정과 결과에 의문을 표했다(2018년 5월 8일).

시간대별 환아 상태 변화
시간대별 환아 상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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