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기기 만들면 뭐해…'규제'가 가로막아

AI 의료기기 만들면 뭐해…'규제'가 가로막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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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기술' 또는 '신의료기술 대상' 여부 심평원·복지부서 판단 없어
막대한 비용 투입해 식약처 허가 받았으나…규제 때문에 판매 불가능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가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음에도, 규제 때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가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음에도, 규제 때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기기가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건복지부 등의 규제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업체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

식약처에서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기존기술'인지, 아니면 '신의료기술 평가대상기술'인지 가려지지 않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제품 판매가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시장에서 날개를 펴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5월 16일 자로 국내 의료기기업체 (주)뷰노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영상분석장치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를 허가했다.

이번에 허가된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인공지능이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환자의 뼈 나이를 제시하고, 의사가 제시된 정보 등으로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이다.

그동안 의사가 환자의 왼쪽 손 엑스레이 영상을 참조표준영상(GP)과 비교하면서 수동으로 뼈 나이를 판독하던 것을 자동화해 판독시간을 단축했다.

이번 허가 제품은 2017년 3월부터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선정돼 임상시험 설계에서 허가까지 맞춤 지원을 받았다.

분석은 인공지능이 촬영된 엑스레이 영상의 패턴을 인식해 성별(남자 31개, 여자 27개)로 분류된 뼈 나이 모델 참조표준 영상에서 성별·나이별 패턴을 찾아 유사성을 확률로 표시하면 의사가 확률값, 호르몬 수치 등의 정보를 종합해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한다.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 정확도(성능)를 평가한 결과 의사가 판단한 뼈 나이와 비교했을 때 평균 0.9개월 차이가 있었으며, 제조업체가 해당 제품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지·학습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의사와의 오차를 좁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식약처 허가를 받았음에도 현행 규정 때문에 업체가 병·의원에 '뷰노메드 본에이지'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없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건복지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이 허가 및 판매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

다행스러운 것은 식약처가 2017년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음에도, 심평원의 수가 및 신의료기술평가규제와 보건복지부의 클라우드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시장진출이 막혀 있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법·의료법·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에서 '기존기술'인지,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인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고, 요양급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와 관련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는 "우리나라는 국제의료기기규제조화포럼(IMDRF)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과의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뷰노와 같은 기업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의료기기가 진료 정보의 일부(손 X-ray 영상, 나이·성별·이름)를 전송받아 클라우드를 통해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의료서비스'가 가능한지 보건복지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명확한 대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인공지능기반 의료기기는 FDA와 CE 등 인허가 및 상용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고, 시장이 빠르게 형성돼가고 있다"며 "최근 성과들이 나오면서 선점 경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 때문에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뷰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 이외에도 국내 대형병원 및 제약사 등과 다양한 질환에 대한 진단 보조기술을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흉부 X-ray 및 CT 기반의 폐암 진단(Lung CT), 안저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Funduscopy),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한 심정지 조기 예측 소프트웨어(DeepEWS)도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 또한 시장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한편, 인공지능 헬스케어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60.3% 성장하고 있으며, 2015년 7000만 달러에서 2020년 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건수가 이번에 허가받은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포함해 현재까지 4건이다.

임상시험이 승인된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는 자기공명영상으로 뇌경색 유형을 분류하는 소프트웨어(1건),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폐결절 진단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2건)이다.

식약처는 이번 제품 허가를 통해 개개인의 뼈 나이를 신속하게 분석·판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첨단 의료기기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심평원과 보건복지부의 규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업체들의 시장진출도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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