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구용 제제 '닌라로' 치료패턴 어느 정도 바꿀까?

첫 경구용 제제 '닌라로' 치료패턴 어느 정도 바꿀까?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06.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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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

사실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최신 치료 지견에 대한 얘기만큼 한국의 급여시스템에 대한 답답함을 얘기하는 데 적지않은 인터뷰 시간을 할애했다.

다발골수종과 같은 항암 분야나 희소질환 치료 전문가와 인터뷰를 할 때면 늘상 벌어지는 일이다.

현장에서 질환과 전투 중인 의료진은 총칼이 없는 상황에서 하다못해 돌멩이 하나라도 쥐어주면 힘이 된다.

하물며 임상시험이나 해외 치료사례를 통해 돌멩이가 아니라 신무기가 개발됐다는 데 가격 때문에 쓸 수 없다면 그 답답함이야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 측 재정 운용 담당자를 만날 때 역시 운용 담당자의 입장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신무기의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가 항암제와 희소질환 치료제 신약개발에 집중하면서 과거 만성질환 약값과는 차원이 다른 고가의 신약이 협상테이블에 올라와 정부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도 현재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 곳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제약사와 조금이라도 '덜' 주려는 재정 당국의 줄다리기식 협상 시스템을 대체할 뾰족한 방법이 아직 없다는 말이다.

최근 좋은 효과가 기대되는 약이 적지 않게 출시된 다발골수종 치료 분야에 몸담은 김 교수는 특히 이 협상 시스템으로 인한 답답함이 생생할 듯하다.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를 최근 만났다.

<일문일답>

다발골수종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는?

다발골수종의 치료 반응은 70~80%로 좋은 편이지만 재발률이 80~90%나 된다. 재발이 많아 환자나 보호자가 힘들고 의료진도 어렵다. 재발할 경우 약이 듣는 기간도 짧아진다. 까다로운 질환이다. 예전에는 평균 생존율이 2~3년이었으나, 최근에는 5~6년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어떻게 진화했나?

자가골수이식 치료법이 1971년에 개발됐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등에서 상용화됐다. 한국은 1996년부터 자가골수이식 치료를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도 자가골수이식 후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었다. 당시 평균 생존 기간은 2년 반에서 3년 사이였다. 2000년대 초반 '볼테조밉'과 '탈리도마이드' 등 1차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다. 재발에도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생겼다.

곧이어 탈리도마이드를 개량한 '레날리도마이드'가 개발됐고 볼테조밉과 비교할 때 더 좋은 효과를 보여 재발의 경우 볼테조밉과 레날리도마이드를 병용해 사용했다.

이후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여러 개 개발됐다.

카필조밉에 이어 포말리도마이드, 다라투무맙, 익사조밉, 엘로투주맙이 차례로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특히 다라투무맙, 익사조밉, 엘로투주맙은 2015년 11월에 FDA 허가를 동시에 받았는데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기전이나 효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동시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에서는 2차 치료제로 카필조밉, 익사조밉, 엘로투주맙이 쓰인다. 3차 치료제로 포말리도마이드를, 4차 치료제로 다라투무맙이 처방된다. 같은 차수 치료제라 해도 약마다 성격이 다르고 장단점이 분명해 치료제끼리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환자 특성에 맞춘 처방이 중요하다. 고령의 환자에게는 심혈관질환 독성이 적은 약을 써야 하며, 경구제 복용이 가능하다면 경구약을 처방한다. 치료제들이 경쟁하면서 보완하는 성격을 띤다.

최근 2차 치료제인 익사조밉 경구용 치료제 '닌라로'가 국내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유일한 경구형 치료제가 출시됐다는 점은 관심이 가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2차 치료제와 비교해 카필조밉은 레날리도마이드, 덱타메타손과 병용하는 3제 또는 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2제 요법으로 쓸 수 있다. 익사조밉과 엘로투주맙은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과 3제 병용해 사용해야 한다.

카필조밉이 급여돼 환자 불만은 없다. 나머지 두 약이 급여되면 의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옵션을 쓸 수 있다.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

첫 경구용 치료제 닌라로 출시는 어떤 의미가 있나?

주사제는 정기적으로 내원해야 한다. 카필조밉은 일주일에 두 번 맞아야 하는데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 사는 환자도 번거로운 면이 있다. 반면 경구약은 내원 횟수가 적다.

그 말은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일 때 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결국 지속해서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사조밉과 병용하는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은 모두 경구제가 있다. 경구제를 처방하면 확실히 병원 방문횟수가 줄어든다. 부산에 거주하는 환자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는 상황이라면 경구제는 장점이다.

카필조밉 보다 상대적으로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은 점도 장점이다. 심장이 안 좋은 환자는 카필조밉이 아닌 다른 치료제의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엘로투주맙도 있지만 주사제다.

다발골수종 치료 전문가로서 치료환경과 관련해 답답한 면이 있다면?

처방할 수 있는 약을 다 썼지만 결국 오랫동안 진료했던 환자가 돌아가시면 속상하다. 신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약이 있는데도 급여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괴롭다.

정부가 더욱 유연한 자세로 급여를 폭넓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인가?

'많이'라는 단어보다 '합리적으로'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첫 경구용 제제 닌라로의 임상시험 결과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3상 임상시험(TOURMALINE-MM1)에서 레날리도미드와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35% 연장시켰다. 평균 PFS는 닌라로 투여군이  20.6개월, 대조군이 14.7개월이었다. 특히 다발골수종 고위험군인 염색체 이상이 있는 환자의 PFS 기간을 유의하게 연장해 주목받았다.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좀 더 확인해야 하지만 주목할 만하다.

고령 환자에 대한 치료패턴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80대 중반 환자에게 항암 치료하겠다고 하면 펄쩍 뛰었다. 그런데 80대 중반에도 항암치료를 통해 생명이 연장되고 상태가 좋아지는 분들이 있었다. 어떤 보호자는 생명이 연장되는 데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치료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연령 환자도 치료를 통해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발골수종 치료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발골수종 관련해 좋은 약이 계속 연구 중이고 출시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열심히 치료받으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몇 년 새 다발골수종 치료제가 크게 발전했다. 다른 과 의사는 이런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 치료를 받고 잘 지내고 있는 환자를 만난 적 없는 의사는 과거에 치료가 어렵던 시기만을 기억하고 있어 현재 상황을 오해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다발골수종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받는 환자의 생존기간이 연장됐을 뿐 아니라 상태도 호전됐다. 동료 의료진과 이런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 정부도 그동안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썼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나 의료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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